yunsh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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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서...

2004.03.08 20:15

RanomA 조회 수:932

요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내 느낌을 따로 정리한 것이다.

태극기를 보면서 느꼈던 전쟁의 무서움, 공포, 참혹함은 여러 가지가 있을

거다. 구더기가 사람 몸을 파고들고, 먹을 것이 없어 미쳐가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를 죽여야 하고 미쳐가는 것.

다 끔찍하고 무서운 것들이지. 몸서리처질만큼. 근데 다른 전쟁영화에서 그런 걸

많이 봐서 그런지 좀 덜 한 편인데 이번만큼은 유독 강하게 다가오는 공포가 있었다.

그건 '지금의 평화로운 일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송두리째 망가지는 것이었다.

조만간 명문대학을 갈 동생,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만들 구두와 가게, 자리가 잡혀

가는 어머니의 가게, 예쁘고 착한 약혼녀와의 행복한 삶.

전쟁이 났다는 소리와 함께 발생하는 어수선함 속에서 내 가슴에는 그게 가장

전율스럽고 무서웠다. 현재의 일상도 일상이지만, 미래에 가득한 희망과 기대가

산산조각이 날 때. 희망이 사라질 때. 내가 느낀 전쟁의 공포는 그것이었다.

그리고...

제일 인상깊었던 장면은 훈장을 위해 무리하게 적군을 생포하려는 진태를 돕다

총에 맞는 공형진의 모습과 그 가족에 대한 생각. 진석(원빈)이 절규하는 말처럼 아버지

없는 (혹은 부모없는) 아이가 될 애의 험난한 삶을 생각하니 공형진의 쓰러지는 표정이

처연했다.

여튼 영화 보면서 전쟁 같은 거 나면 안되고, 전쟁을 일으켜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커지더군. '주석궁을 탱크로 까부셔야 한다'는 미친 넘들이나, '국가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안위가 아니라 자존심이니 전쟁해야 한다'라고 하는 넘들이 힘을 받는 세상이

오지 않도록 해야 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