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sh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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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가져다 준 것은...

2003.02.05 00:14

RanomA 조회 수:964

2000년이었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것이. 그리고 그해 8.15때 남북한

이산가족의 상봉이 있었고.

맞아. 50년 동안 피를 나눈 부모형제가 그리도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 부둥켜

안을 때...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그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그 아픔들이 나에게도

이입되어서 참 슬펐었지. 어느 누가 저 끊을래야 끊을 수도 없는 핏줄들을 저리도

가슴아프게 했는지...

그래서 눈시울 촉촉히 젖어가면서 보고 있었는데...

정작 내 얼굴을 일그러뜨리게 만들면서 엉엉 울게 만든 건 다른 데에 있었어.

...

...

...

아내와 자식을 놓아두고 월남한 남편이 50년만에 아내를 다시 만나 울면서

감싸안는데...

...

아내는 낯선 표정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사람을 쳐다보더군.

그게 왜 그리도 슬펐을까. 나도 모르게 얼굴이 엉망이 되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내리는 걸 느꼈지.

...

세월이 지나도 끊을 수 없는 핏줄은 떨어져 있을수록 더욱 아프지만, 그래도

그 어떤 세월에도 끊어질 수 없는, 하나의 핏줄이라는 든든한 인연은 차라리

든든한 걸까...

하지만 사랑... 조금의 잘못으로도 이리저리 상처받고 깨어지기 쉬운 곱고 연약한 것.

남남이 같이 살아가면서 하나 하나 쌓아 비로소 핏줄보다 더 깊은 인연을 엮어야

했었는데... 50년이 지나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주치도록 만든 상황이, 슬픔이 너무나

가슴이 저렸던 걸까.

베트남의 한 시인이, '전쟁의 참혹함은 한창 사랑을 얘기하고 경험해야 할 꽃다운

사람들의 스러져감에서 가장 극명하게 알 수 있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처럼...

아마도... 그 할머니의 낯설고 어색한 표정만큼 슬픈 울림을 주는 것도 드물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