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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추성훈, 하은주, 그리고 예양

2005.11.19 00:02

RanomA 조회 수:1407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재일동포중 촉망받는 유도선수중 한 명이 선조의

모국에 자신의 실력으로 영광을 바치고 싶어, 여태까지의 모든 것을 버리고

우리나라로 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나와는 다른 남을 배척하고, 자기의

혈연과 지연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차가운 현실뿐이었다. 국제대회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만 이상하게도 중요한 대회때마다 숱한 판정시비끝에 석연찮은

패배.

결국 그는 일본 사람들에게 받은 차별보다도 더 아픈 차별에 울며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일본 대표로 출전해서 그 잘난 특정대 출신 선수를 눕히고

금메달을 땄다. 이겼지만, 자신은 한국 사람이라고 얘기할 때, 참 이노무 나라는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우리에게 부채의식마저 줄 정도의 애정이었다.



한국인 최초로 NBA에 진출한 하승진 선수에게는 하은주라는 누나가 있다. 아버지 닮아

둘 다 큰 키라는 장점으로 농구선수를 했으나 누나의 경우 성장기에 과도한 혹사로

인해 무릎에 문제가 생겨 잘못하면 걷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결국 다니던 학교에 치료를 위해서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농구선수로는

다른 학교로 갈 수 없다, 갈려면 다시는 농구대회에 나오지 않도록 해라' 라는 강요에 눈물을

머금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선수의 몸이나 건강따위는 학교의 명예나 자존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곳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충분한 재활의 기회와 함께 맘편히 농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그건 우리가 그리도 싫어하는 일본의 농구계였다. 전 학교의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 하은주는

미련없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결국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다.



언론에 가끔씩 두 사람의 얘기가 나오면 그때마다 참 대한민국 후지구나 하는 생각 많이

했다. 그런데 댓글을 보면 몇몇 찌질이들이 '배신자, 매국노'라는 헛소리를 지껄일 때에

정말 울컥하더라. 왠만한 찌질이들의 행태야 무시하겠지만, 저런 때에는 피가 거꾸로 솟는 듯.

옛날 옛적에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주인에게는 그렇게 대하고, 자신을 알아준 사람에게는

변하지 않는 충성을 바쳤던 예양을 보고 아무도 전 주인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욕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절의 대표적인 열전중의 하나로 꼽는다.

국적따위 가지고 충신이니 배신자니 하는 천박한 말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속좁은

인간들아.



진 나라에 예양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때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는데

그들은 예양을 별로 알아주지 않았다. 그 후 그는 지백을 섬겼는데 지백은

그를 매우 존중하고 아꼈다. 나중에 권력자들간의 다툼이 일어나자 지백은

조양자에게 패해 집안이 멸문을 당했다. 지백을 모시던 예양은 산 속에 들어가

복수의 칼을 갈았다.


"장부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인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다듬는다고 한다. 지백님이 나를 알아주었으니 내 그를 위해

꼭 원수를 갚고 죽으리라."



예양은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조양자의 집에 하인으로 들어가 뒷간 고치는

일을 맡았다. 어느 날 조양자가 뒷간에 가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근처의 하인을 잡아다가 심문한 결과 그가 지백의 원수를 갚으러 잠입한

예양인 줄을 알게 되었다. 조양자는 통이 큰 사람이어서 예양의 목을 치려는

가신들을 만류하고 그를 풀어주었다. 그의 의기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후 예양은 온몸에 옻을 발라 문둥병환자처럼 꾸미고 숯을 물고 벙어리

행세를 하면서 다시 조양자를 습격할 기회를 노렸다.

어느 날 예양은 조양자가 외출하는 것을 알고 그가 다니는 다리 밑에 숨어

기다렸다. 조양자가 말을 타고 다리를 지나는데 갑자기 말이 놀라 울었다.

조양자는 그것이 예양때문임을 알아채고 그를 붙잡아 오게 하였다.

조양자는 예양을 꾸짖으며 말했다.



"그대는 일찍이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는데 지백이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는데도

원수를 갚기는커녕 지백의 가신이 되었다. 그런데 지백이 내게 망한 이후에는

그를 위해 원수를 갚겠다고 이렇게 죽기로 노력하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예양이 대답하기를,

"내가 범씨와 중행씨를 섬긴 것은 사실이나 그들은 나를 여러 가신 중의 하나로

여겼을 뿐이오. 그러나 지백님은 나의 재주를 평가해주고 극진히 대우해 주었소.

전날 공께서 나를 관대하게 용서해 주셨으나 오늘 나는 죽임을 당해 마땅합니다.

청컨대 공의 옷을 얻어서 그것을 찔러 원수를 갚는 뜻을 이루게 한다면 죽더라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조양자는 크게 감탄하여 웃옷을 벗어주었고, 예양은 비수로 그 옷을 세 번 찌르고

그 자리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그가 죽던 날, 진나라의 지사들이 이 소문을 듣고

예양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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