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sh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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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2003.02.23 16:43

RanomA 조회 수:1516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하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지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어요

온 몸이 아프고 멍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 할거에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떤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 할꺼에요

왜냐하면 오늘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에요

바로 제 장례식날 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어요

저를 때려서 죽음으로 이르게 했지요

제가 좀 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오늘 꽃을 받지는 않았을거에요





한겨레21 기사 중에 나온 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끔찍한 글이었다.

그 기사들을 보면서 너무나 너무나 많은 생각이 떠올랐으나 정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끔찍한 건, 그런 폭력에 익숙해져 있는 나의 모습인지 모른다.

아내를 때린 남편들은 '자기는 어쩌다가 때린 거고, 실제 심각한 사람들도 더 많다'

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 깊숙히 자리잡은 폭력에 대한 관대함은

나라고 예외일 수가 있을까.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을 때 바로 드러날 수 있는 폭력의 내재화가 나에게는

얼마나 진행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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