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sh206

회원가입로그인

팔씨름...

2003.12.26 01:49

RanomA 조회 수:390

깅수의 주요 모토중의 하나가 바로, '남자는 힘!!!'이다.

뭐 그래봐야 마초이즘 이런 거랑은 거리가 멀고, 그저 힘이 있으면 좋다는 정도. ^_^

중학교때인가. 한창 키가 크고, 힘이 늘어갈 때에 키 안 크는 거라고 남들이 말려도

열심히 웨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냥 아령들고, 이것저것 할 때였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랑 가끔씩 팔씨름을 하면 이길 수 없었다.

나름대로 그 시골 학교 안에서도 반에서 5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힘이었지만,

정말 정말 이길 수 없었다. 팔씨름을 하면 손을 맞잡는 순간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없을까는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리 큰 손이라도 이길 수 있는 팔이면 그저 그렇게

내 손 안에 잡히지만, 이길 수 없는 팔은 잡는 순간 내가 그 손에 휘어잡히는 듯한

느낌.

친구들과는 정말 그런 애들 만나기 쉽지 않았지만 아버지와의 팔씨름만큼은 정말

압도당하는 느낌이 손을 맞잡는 순간 느껴졌었다. 오랜 농사일과 공장일을 통해서

단련되신 거겠지만, 아버지의 팔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그 하얀 팔뚝에 우뚝 솟은 파란 정맥과 근육은 어떻게 닿기가 힘들 정도였었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절대 이길 수 없었던 존재였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팔씨름 할 정도의 친근감이 멀어지긴 했었지만 다시 팔씨름 도전을 하지는 않았는데...

대학 들어간 후에 동생이 아버지랑 팔씨름을 요청하더구만. 5살 밑의 녀석이 중학생이

되면서 나처럼 아버지에게 도전한 거였는데...

그때서야 아버지는 지시더군.

뭐랄까. 동생이나 내가 힘이 세진 거라기보다는 아버지도 드디어 나이가 드신 거였지.

'아빠는 요리사'라는 만화에서 어느새 중학생이 된 성이가 일미 계장(주임에서 계장이

됐다)에게 수영으로 이기는 에피소드를 보니 그때의 기억이 들었다.

아들을 둔 아버지는 항상 아들을 키우면서 경쟁하다, 그리고 결국에는 지면서 자기의

자리를 넘겨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술을 마실 줄 안다는 게 좋다. 경망스러운 말이지만, 아버지의 술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간만에 소주를 마셔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