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페라
태어나서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TV에서 가끔씩 해주는 것도 본 적이 없죠. 중고딩때
음악을 암기과목으로 대했으니 이름과 줄거리는 대충 압니다만, 음악으로 대한 건 최근에 들어와서죠.
진짜 작년 겨울에 아마데우스 감독판이 아니었으면 볼 생각을 전혀 못했을텐데 그 영화가 결국 저를 오페라
관람으로까지 이끌어주네요. 거기에 회사의 자기계발 지원 시스템까지. ㅎㅎㅎ...
2. 클래식
클래식 잘 모릅니다. 뭐 BGM으로 많이 들으니 멜로디를 들으면 '들어본 적 있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어디에
나오는 몇 번이야' 이런 거랑은 거리가 멀죠. ㅎㅎㅎ...
3. 오페라의 극의 구성
아마데우스 영화에 보면 중간에 '발레' 장면을 넣느냐 마느냐로 티격태격하는 게 나옵니다. 그리고 3막의 행진곡에
맞춘 발레 장면도 나오고요. 이번에 제가 본 버젼에는 없더군요. 제가 몰랐던 거죠. 오페라 역시 PD, 감독과 같이
줄거리에 따라 화면을 재구성한다는 걸요. 그리고 시대적 배경도 초연과는 달리 19세기 초반으로 이동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ㅎ... 오페라 역시 '극'이다.
4. 노래의 겹침
아마데우스 영화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연극에서는 여러 명이 동시에 얘기를 하면 시끄럽겠지만, 오페라에서는
화음이 들어간 중창이 된다...다더군요. 피가로의 결혼을 실제로 보고 나니 이해가 되더군요. 무대에 선 4~5명이
서로 다른 얘기, 혹은 같은 얘기를 하지만 그 노래들이 어울림을 일으키니 더 아름다워지는 느낌. 대신에 주인공급의
배역들이 솔로로 부르는 건 상대적으로 드물더군요. 이 오페라는 확실히 여러 명의 어울림을 더 중시한 느낌입니다.
5. 신영옥, 새라 자크비악
여주인공급의 두 배역(피가로의 피앙세 수잔나와 백작 부인)을 맡은 성악가입니다. 노래를 얼마나 잘 하는지 제 수준에서는
잘 모릅니다만, 두 사람 다 감동한 부분이 바로, 목소리를 작게 하면서도 유려하게 부르는 곳이었습니다. '하아...'라는
탄식을 끊임없이 하게 만들더군요. 신영옥씨는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성악가라고 하시던데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4막에서의 솔로는 그저... 하아... 지휘자가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게 얼마나 자주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처음 보는 저로서는 그저 '지휘자도 감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작부인 역의 새라 자크비악이라는
성악가분. 제 눈에는 조낸 이쁩니다. 지금 남아 있는 기억으로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조금 나이 든 느낌입니다. ㅎㅎㅎ...
음악실력이 우선시되는 오페라서에서마저도 예쁜 얼굴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응?)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틀었던 부분이 바로 3막에서 두 사람의 백작을 속이기 위해 가짜 연애편지를 쓰는 데더군요.
앤디가 그 부분을 틀 만하다 싶었습니다.
6. 3막의 행진곡
제가 본 버젼에서는 잠시 나옵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네요. 우아함과 경쾌함의 공존.
7. 시동(시중드는 남자 아이)
백작을 곯리고, 백작부인을 사모하는 역인데 보통은 여자가 배역을 맡는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남자분이 보이 소프라노를
노래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코믹하기는 더 코믹하더군요.
8.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들의 모습
전에 annihilator 님이 돈지오반니에 대한 글에서 '오늘날의 눈으로 봐도 바람둥이나 그에 놀아나는 처자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정말 그럴싸 하거든요.'라는 글을 쓰셨는데, 이번에 피가로의 결혼을 보면 당시에 심어뒀던 유머 코드가 재미있습니다.
뭐 대단한 폭소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만, '싱긋' 혹은 '피식' 웃게 만들 정도는 됩니다. 바로 남녀관계에 대한 심리 묘사부분이죠.
거기에 막장드라마의 요소인 '출생의 비밀'까지. ㅋㅋㅋ... 이런 부분이 오페라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더군요.
9. 조명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해의 느낌, 석양의 느낌이 잘 나타납니다. 조명이 상당히 괜찮더군요.
10. 자막
가까이서 볼 거라고 거의 4번째줄에서 봤는데, 덕분에 자막보려면 고개를 뒤로 한껏 제껴야 하더군요. 물론 몇 분식 하는 아리아 한 곡당
가사를 3번 정도 흘깃하면 될 정도로 번역을 해놨습니다만, 아무래도 가까이서 보려면 미리 미리 가사 정도는 알고 가던가, 한 번쯤 DVD
같은 걸로 공연을 봐두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러면 음악과 화면에 훨씬 더 잘 집중할 수 있겠네요. (이건 원어 뮤지컬도 마찬가지)
10. 마무리
가격 대 성능비 측면에서는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만 본다면 오페라,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네요. 어디선가 표를 크지 않은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면 분명히 가 볼 만하네요. 최소한 저는 작년에 봤던 캐츠보다 재미있습니다.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