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齋 석유를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2005.11.30 01:33

앤서니 샘슨 저/김희정 역 | 책갈피 | 2000년 09월
옛날 옛적 (대략 2000년 부근), 아마도 한겨레의 책 소개를 보면서 구매를 결정한 책이지
싶은데, 제목이 그럴 듯해서 산 경향이 크다. 20세기 최고의 에너지 석유와 그를 둘러싼
7대 메이져 회사와 OPEC으로 대비되는 산유국간의 치열한 신경전!!
캬아~~~ 간지난다...
라는 생각으로 샀다.
그러고는 딱딱해보이는 책 제목상 거의 4~5년을 책장에 장식해놨다가
때문에 새로이 관심이 들어서 보기 시작한 책.
책의 재미는 경영학과의 경영사례 같은 거에 재미느끼는 사람에게는 추천. 그냥 이런 저런
얘기거리 원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남들이 잘 모르는 얘기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
소설이나 이야기처럼의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비추.
내가 읽었을 때에는, 펴보려면 내용이 내용인치만큼 살짝 부담스러워지는 스타일이나, 한 번
읽으면 흐름대로 죽 읽어갈 수 있다.
내용은 19세기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시절부터 1970년대 중반의 1차 석유파동까지의 얘기를
7대 석유회사 (엑손, 소칼, 모빌, 걸프, 텍사코, 쉘, BP)의 활동과 막바지의 OPEC 카르텔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는 책이다.
초창기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되던 석유를 둘러싼 거대 석유회사간의 경쟁에서, 1~2차 대전을
경유하는 시절의 거대 석유회사들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담합, 그리고 2차대전 이후 점차
고조되는 산유국과 석유회사들간의 다툼, 그리고 1차 석유파동을 정점으로 하는 산유국의
우위가 대체적인 흐름이다. 이 사이에 펼쳐지는 석유회사간의 담합과 나중에 생긴 OPEC간의
협정들과 영향에 대해 잘 기술되어 있다.
장점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그 시절의 석유의 생산/소비와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대한
뒷 역사를 잘 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무렵에는 미국이나 영국 모두 산유국에 대한
통제를 석유회사에만 맡겨놓고 정부는 뒷짐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나 기타 정부와 회사간의
이런 저런 사실들을 알게 해준다.
단점은...
딱 1차 석유파동에서 2~3년 뒤까지의 얘기뿐이라는 게 너무나 오래된 책이라는 거다. 과거의
역사를 알게는 해주지만, 지금의 석유시장은 어떤가에 대한 설명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팔레비 왕조 하의 이란과 이슬람 혁명 후의 이란이 다르고,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의 중동이
다르고, 이스라엘과 대립각을 그렇게도 세웠던 이집트와 시리아의 지금 모습이 다르거든.
무엇보다 그때까지만 해도 산유국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석유회사에만
맡겨뒀던 미국 정부가 (1차 석유파동 이후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지금 보면 좀 이상론적인 게
많다) 전쟁을 일으킬 만큼 적극적이라는 것과, 1차 파동때에는 그토록 단결되었던 OPEC가
지금은 지리멸렬해보인다는 것 등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과거에 어땠다'라는 걸 아는 거에는 꽤나 좋은 책이지만, '현실의 석유
시장은 어떤가'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다.
그래도 19세기 그렇게 많이 부설되던 철도가, 석유 회사의 로비로 억눌려지고 대신 자동차
산업이 발전했다는 거나, 7대 석유회사들의 각 유래나 역사들을 알 수 있다는 건 쏠쏠한
소득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예전에는 엑손이랑 모빌이 합병했다는
기사를 들어봐야 기껏해야 도메인 분쟁이나 거대 석유회사가 합병했다는 단순 사실을
아는 거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과거의 전망과
지금의 현실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나 혹은 그에 대해 관심깊게 기사를 읽어볼 거라는
거다.
정 안되면 최소한 석유에 대해서 무지하던 내가 엑손, 소칼, 모빌, 걸프, 텍사코, 쉘, BP
이라는 7대(이제는 6대) 메이져 회사 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다는 것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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