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齋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2005.03.16 16:51
우리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강추.
아니,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다. 강좌 녹취록을 다듬어 옮긴 거라 읽기도
쉬우며, 중간중간 우리가 몰랐지만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아서 한 번에 쭉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 그림을 보게 하는 안목을 한 단계 높여줄 거라 생각한다.
한국미술 전시회에 가보고 싶어질 정도이니까.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은이) | 솔출판사

2003-01-30 | ISBN 8981335990 반양장본|
280쪽 | 215*175mm
알라딘 리뷰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집. 실제 강의 내용을 채록한 것으로, 서술이 쉽고, 흐름이 있으며, 강약이
살아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약간은 수다스러운데, 너무 흥이 나서 그런 것이니 흉댈
게 아니다.
책을 보면, 도판 정리부터 설명, 이해에 필요한 도움 도판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그동안은 해설을 읽으면서 앞장에 수록된 도판을 보려, 책장을 쥐고 왔다 갔다 해야
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저자가 설명하는 부분을 도판에서 떼어내어,
설명이 진행되는 페이지에 딱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오주석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보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친다. 먼저 서양 그림과 다른 우리 그림 보는 기본기부터 알려준다.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내려오면서 보는 방법이다. 일명 세로읽기 방법인데,
옛 선조들은 글도 그렇게 쓰고, 그림도 그렇게 그렸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옛 사람의 마음으로 보는 법이다. <주상관매도>, <마상청앵도>
등을 직접 감상하면서 음양오행 체계와 여백의 미를 가르친다. 설명이나 묘사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그림이 더 격이 높은 이유를 설명하고 구성의 맛을 일러준다.
여러말 필요없이, 일단 읽고봐야 할 책이다.
- 최성혜(2003-01-24)
책 속에서
아는 것은 이것(강사:자신의 머리를 톡톡 침)만 쓰는 겁니다. 바로 '이건 김홍도의
풍속화로군' 하고 넘어가는 분입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분은 '야, 이거 재미있는데'
하고 작품 자체에 반응을 보입니다. 한 수 높지요. 가슴까지 썼습니다. 하지만
즐거워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술품을 체험하는 동안 완전히 반해서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데, 이런 반응이란 기실은 우리 내면 영혼의 울림인 것입니다. (p. 32 중에서)
저자소개
오주석 -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고고미술사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코리아 헤럴드」지 문화부 기자를 거쳐,
호암미술관 학예연구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12년 간 큐레이터를 지냈다.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신대학교 등에서 한국회화사를 강의했고,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 <단원 김홍도>(1998 문화부 선정 우수학술도서)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우리 문화의 황금기 - 진경시대>(1998 백상출판문화상 수상)와
<단원절세보>가 있다. <단원절세보>는 영문판으로도 번역되었다.
저자의 말
옛 그림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조상들이 이룩해낸 문화와 예술이 참으로
훌륭하고 격조 높은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내 나름으로 자긍심을 품고, 그동안
박물관이며 문화원, 공무원 및 교원 교육원, 그리고 삼성, LG 연수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강연을 펼쳤다.
강연 후 청중들이 공감하며 뿌듯해하는 표정을 볼 때마다, 또 그 얼굴에 엿보이는
진정한 자부심을 확인할 때마다 이 강연 내용을 일반독자와도 함께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공무원교육원에서 <명강의선집>을 내겠다고, 속기사가 받아 적은
강연 초고를 건네며 교정을 청했다.
그렇게 나온 비매품 책을 더 보강해서 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붉은
악마에게 바친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렇게 고쳐 말하고 싶다 "꿈은 물론 이루어진다!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꿈들을 줄곧 이루어왔던 겨레이기 때문이다." -
오주석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틀을 제시한 친절하고 깊이 있는 한국 문화
안내서! 이 책을 펴내면서 솔출판사는 우리에게 이렇듯 훌륭한 문화전통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면서 가슴 벅찬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전통문화의 드넓은
바다 위에 작은 조각배를 띄워, 작지만 진주처럼 은은한 빛을 발하는, 우리 문화의
골갱이들을 건져 올렸습니다. - 솔출판사 편집부
미디어 리뷰
동아일보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정리해 묶은 이 책의 제목은 '한국의
미(美)'이지만 실제 내용은 '조선의 미', 그 중에서도 '조선 그림의 미'라고 할 수
있다. 단원 김홍도 등 조선 중후기 화가를 주로 연구해온 저자는 그림을 통해 조선의
미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일반인을 위해 옛 그림 보는 법부터 제시한다. 우선 감상에 적당한 '거리'가
중요하다. 그림 대각선 길이의 약 1∼1.5배 정도가 가장 알맞은 거리다. 옛 사람들은
왼쪽으로 써나가는 세로쓰기 전통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림의 흐름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나아간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그림을 ↙방향으로 보아나가야 한다. 이런 사전 지식 위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찬찬히 볼 때 그림 안에 비로소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전달된다는
것.
예를 들어 김홍도의 '씨름'에는 22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그냥 '씨름하는
장면이구나'하고 지나치지 말고 이들 사람의 표정 자세 의관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들의 계층 성격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작가의 의도는 물론 심지어 작가가 일부러
틀리게 그린 것까지 집어낼 수 있다.
옛말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知者 不如樂之者)'라고 한 것처럼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그림의
속살을 속속들이 알게 되고 나중에 그림의 내용이 좋아지는 건 물론 볼 때마다 새로운
감흥이 솟아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격조 높은 성리학적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한 그림으로 김홍도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강세황의 '자화상', 이명기의 '채제공 초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송하맹호도'를 보면 15㎝ 남짓한 호랑이 얼굴에 정말 실바늘같은
털을 수천번이나 반복해서 그렸는데도 전혀 헛손질이 없다.
초상화 역시 서양 초상화의 대가인 렘브란트의 작품 못지않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설명. 동공까지 드러나 보이는 형형한 눈빛과 얼굴에 핀 검버섯, 수염 한올까지
묘사하는 정밀성에는 '터럭 한올만 달라도 내가 아니다'는 오연한 기운이 드러난다.
여기에는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추하더라도 참된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살아있는 정신이 깃들여 있다.
모든 걸 세밀하게 그리는 '극사실주의' 형식이 바로 성리학적 기품을 가장 잘 표현한
수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반면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같은 그림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비례가 안 맞거나 얼굴의
눈 코 입이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림의 여백과 군더더기 없는 붓 놀림, 그리고
그림 주인공의 마음에서 본 듯한 주위 사물 등이 어우러져 여유로움과 자유의 정신이
드러나 있다.
성리학적 정신을 담아내려는 극사실주의적 묘사가 한편에 있다면 그린 이의 허허로운
마음을 담아내는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것. 점잖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 비범한 안목과
정신적인 격을 중요시하는 섬세함, 바로 조선의 문화이자 미라고 저자는 결론 맺는다.
- 서정보 기자(2003-01-25)
조선일보 : 장안의 지가를 올렸다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Ⅰ)’의 저자 오주석
교수가 4년만에 새 책을 냈다. 언제 2권이 나오려나 했더니 뜻밖에도 이번 책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펼친 강연을 옮긴 것이다. 제목은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
실제로 행한 강연을 옮긴 내용이긴 하지만, 물론 실시간 그대로는 아니고, 현장에서
시간 제한으로 소화하기 어려웠던 원론적인 얘기며 세부적인 설명까지 상세하게
덧붙였다. 무엇보다 글의 형식이 이채롭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어체를 썼고 많은 칼라
도판을 곁들였다. 아마도 이런 형식의 책은 우리 출판사상 처음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극히 쉽고도 대중적인 책이라 할 것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 2.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 3. 옛 그림으로 살펴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부록 ‘그림으로
본 김홍도의 삶과 예술’이란 짧은 글이 덧붙었다. 마지막 부분은 아름답고도 간결한
문어체 글이다.
소제목에서 보듯이 주제는 우리 나라의 옛 그림이다. 그러나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얘기는 문화재 혹은 예술에 그치지 않는다. 옛 그림을 통해 본 우리 문화, 역사,
그리고 한국 미(美)의 본질에 관한 도도한 담론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문사철(文史哲)과 시서화(詩書畵)를 분주하게 넘나들면서 그가 전하려는 결론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문화 저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오 교수는 김홍도의 씨름이며 호랑이, 고양이, 변상벽의 닭 그림처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옛 그림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 속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를 끄집어내 보여준다. 나 자신 이런 조그만 그림에 그렇듯 경이로운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는 미처 알지 못하였다.
놀라움은 이재 초상과 이채 초상의 비교에서 최고점에 이른다. 이채는 이재의
손자인데, 저자는 두 작품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70년 학계의 정설을 일거에 뒤엎고
동일인임을 선포한다. 그리고 조선시대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움’보다 ‘참됨’이
훨씬 더 큰 가치였음을 밝혀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고, 학계의 큰 수확이다.
연암 박지원은 “ <주역>을 모르면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오 교수는 이
책에 몰두, 정선의 ‘금강전도’와 임금의 용상 뒤에 쳤던 ‘일월오봉병’의 심오한
상징을 풀어내고 태극기와 연결시킨다. 거기엔 동아시아의 오랜 우주관, 건강한
자연관, 그리고 조상들 삶의 경건함이 배어있다.
저자는 국민 일반에게 다가가서 한국 전통문화의 훌륭함과 깊은 뜻을 전도하려는
열의에 차 있다. 그만큼 우리 주변 문화 현실에 대한 매서운 비판도 숨기지 않는다.
곳곳에서 폭소를 유발하는 유머를 구사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예리한 칼날을 눅이려는
조심스러움이리라. 책 자체도 보기 드문 고급스런 편집을 갖추었다. 국민 모두의
일독(一讀)을 권한다. 자기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다.
- 강우방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2003-01-24)
중앙일보 : 신간은 삼불(三佛) 김원룡, 우현(又玄) 고유섭, 동주(東洲) 이용희 등
한국미술사 첫 세대 저술가들과 구별되는 제3세대 저술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첫 세대들이 한국미의 특징을 '질박한 아름다움' 등으로 성급하게 규정한 뒤
막상 각론 작업에 등한시해온 한계들을 정교하게 보완하는 성격 때문이다. 미술사학자
오주석이 책에서 선보이는 주무기는 선배들과 정반대 방향, 즉 '작품 꼼꼼히 읽기'로서의
미술사다.
이 책은 김홍도의 풍속화 몇 장, 혹은 "렘브란트에 한치도 밀리지 않는"(1백68쪽)
완성도의 인물화들을 꼼꼼히 읽어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스토리들로 구성됐다.
문제는 그 작업이'숨은 그림찾기'를 넘어 의젓한 삶을 살았던 조선인의 마음
재구성으로 연결된다는 각별한 성취다. 저자가 제2세대 학자들과 구별되는 점도 그
때문이다. 강우방의 진지함, 최완수의 역사학 배경지식, 유홍준의 대중성이라는
특장(特長)을 녹여내 그만의 솜씨로 바꿔 선보이고 있다.
공무원, LG 직원 앞에서 가진 슬라이드 강연에 토대를 뒀기 때문에 더없이 구수하게
읽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옛 그림 감상의 원칙부터 제시한다. 그림 크기의 1.5배 정도
거리에서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라는 권유다. 썰렁한 조언이 아니다. 옛그림을 보긴
했으나 제대로 읽어본 일은 없다는 시이불견(視而不見)의 함정에 우리가 빠져왔었음을
김홍도의 '씨름' 등 읽기 과정을 통해 재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책의 백미는 뒤편이다. 미술 교과서에 '이재(李縡) 초상화'(작가 미상)로 알려진 이
작품을 치밀하게 읽어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학설까지 내놓는 과정이 놀랍기
때문이다. 인물화 속의 노인이 노인성 지방종이란 질병을 앓고 있었고, 따라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학계 정설대로 이재가 아니라 그의 손자 이채라고 규정하는 대목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런 규명이 "터럭 한 오라기가 달라도 남이다"고 했던 조선조의
엄정한 회화정신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고, 또 저자의 주장이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쇼비니즘과 인연이 없다는 점도 우리를 기분좋게 만든다.
눈여겨볼 대목은 신세대들의 관심에서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책을 저자는 "붉은
악마에게 바친다"고 했다. 히딩크의 말처럼 우리는 (문화에 관한 한)배가 고프고, 그
허기를 제대로 자각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헌정(獻呈)이유다. 지금이야말로
문화라는 꽃을 피울 때이고, 그 작업을 젊은이들과 함께 하려는 희원이 각별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대목이다. 미술사학의 새로운 세대 등장을 알리는 이 책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 저자의 다른 책도 함께 읽어봄직하다.
본격 연구서 <단원 김홍도>, 명품회화 11편을 꼼꼼히 읽는 실제작업인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등이 그것이다. 이 책 제목의 글씨를 써준 이화여대 강우방 교수의
책 <한국 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을 곁들여도 보완이 될 듯싶다. 한편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 등에서 큐레이터 생활을
10년 했다.
김홍도 '씨름' 꼼꼼히 읽어보면
비스듬히 누워있지 않은가. 발이 저린 듯 왼발을 뻗어 주무르고 있는 이도 건너편에
묘사돼 있다. 20명 구경꾼 사이에는 대기선수도 보인다. 왼쪽 발 뻗은 이 앞쪽의
젊은이가 그 사람이다. 갓과 신발을 벗고 긴장된 자세로 앉아있는 것을 보면 그가
틀림없는 대기선수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복판의 두 선수 중 앞쪽 선수는 지금
들배지기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 번쩍 들린 상대는 어느 쪽으로 넘어질까. 왼쪽일 것 같다고? 아니다. 오른
쪽이다. 맨 아래 구경꾼들의 놀란 표정을 유심히 보라. 선수 옆에는 짚신과 고급
가죽신 한짝이 놓여 있는데, 그러면 두 신발은 각기 어떤 선수의 것일까. 또 틀린
그림 하나도 숨어 있다. 그건 책을 통해 각자가 알아볼 일이다.
- 조우석 기자 (2003-01-25)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 우리 미술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키워 줄 수
있는 책. 저자의 예리한 시각과 빼어난 설명 솜씨가 돋보이는 책.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몇 단계 올려주는 책. 무엇이 아름다움이며 어떻게 그려내는지, 또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책. 저자인 오주석 님이 직접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펴낸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아, 직접
현장에서 강연을 들어 보았으면!’하고 아쉽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다.
그동안 서양 미술에 대한 안내서들이 많이 나왔지만 정작 우리 미술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어낸 책은 별로 없었다. 겨우 골라낸 몇 권의 책마저
학생들에게 읽혀 보면 너무 어렵다고 하여 난감한 적도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특히 이 책에서 그림을 주의 깊게 읽어내며 여러 의미들을 캐내는 과정은 학생들의
‘전방위적인 읽기 능력’으로 응용, 심화시킬 수 있다. 저자와 함께 꼼꼼하게 그림을
읽다 보면, 우리의 삶과 문화, 예술, 문학 텍스트까지 재미있고 깊이 있게 읽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서 이재의 초상화라고 알려진 그림이
사실은 그의 손자인 이채의 초상화임을 밝혀내는 대목만 보아도 이는 금세 확인된다.
그림 읽기는 결국 사람 읽기요 삶 읽기다. 중학교 3학년 이상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 허병두 추천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2003-07-10)
한겨레신문 : 조선의 대화가 김홍도(1745~1806)의 풍속화첩에는 '틀린' 그림들이 숨어
있다. 가령 <씨름>을 보면서 '틀린 그림 찾기'를 해보자. 눈썰미가 있는 이라면
오른쪽 맨아래 쪽에 뒤로 자빠질 듯한 자세로 구경하고 있는 인물의 두 손이 거꾸로
붙어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그렇다면 <씨름>의 두 씨름꾼 중에 발이 들린 사람(뒷사람)이 졌으라는 것도 '쉽게'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발이 들린 씨름꾼은 어느 쪽으로 넘어질까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우리네 옛 그림 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가
차려낸, 화려하지 않지만 맛깔 나는 소반상 차림 같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이미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오주석(간송미술관 연구위원)씨가 곳곳에서 강연했던
것을 새롭게 풀어쓴 책이다.
지은이는 대중강연 형식의 이 책에서 담백하면서도 아주 쉬운 이야기체로,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단원 김홍도.혜원 신윤복 등 조선 그림의 세계로 청중들의 귀를 집중시킨다.
25장으로 돼 있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첩'에는 <벼타작> 등 다른 그림들에도 종종
손이나 발이 뒤바뀌어 있다고 한다. '풍속화첩'은 서민들을 수요층으로 해 쓱쓱
속성으로 그려냈던 작품들인데, 대화가는 그림 중 한 부분을 일부러 틀리게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 재밌으라고 장난을 친 것입니다. '속았지 메롱!'
하고 즐거워하는 화가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까"
앞서의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이야기하자면, 지은이가 보기에, <씨름>에서 씨름꾼이
넘어질 방향은 오른쪽 아래 두 구경꾼 쪽이다. 왜냐하면 시간의 흐름마저 잘 녹아들어
있는 이 그림에서, 이 두 구경꾼(그 중 하나는 두 손이 틀리게 그려진)은 씨름꾼이
자신들 쪽으로 넘어질 것을 알고 놀라는 표정으로 상체를 뒤로 제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두고 "세계 최고의 호랑이 그림"이자 초국보급
걸작이라 평하는데, 그렇지만 그 호랑이 그림을 표구째 박물관에서 직접 보면 그렇게
쩨쩨해 보일 수가 없다고 한다. 그것은 일본식으로 요란하게 만들어진 표구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개탄한다. 말하자면 "조선 사람이 기모노를 입은 꼴"이
되었는데, '기모노'(표구)를 벗기고 그림만 보면 기막힌 걸작이 된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그림, 작자 미상의 민화들을 예찬하던 지은이도 이당
김은호의 인물화 비판에선 매서워진다. "참 예뻐 보이죠 정신이 빠진 그림이에요."
<논개 초상>이나 <춘향 초상>에서 논개와 춘향은 엄연히 다른 인물인데도 얼굴이 거의
똑같고 예쁘기만 하다는 것이다. 조선 '그림의 진실을 추구하는 회화정신'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망가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옛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믿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옛그림을 감상하는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그림의
크기에 알맞은 거리(그림의 대각선 길이의 1~1.5배)에서 보라. 시선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흘러야 한다.' 그림을 보는 시선은 가로쓰기로 된 책을
읽듯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세로쓰기
문화를 살았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작품의 온 그림을 보여준 뒤 세부별로 확대해 보여주며 찬찬히 설명하고
있는데, 공을 들인 고화질 원색 인쇄가 그 설명들을 충실하게 지원해주고 있다.
- 허미경 기자(2003-01-25)
차례
강좌를 시작하며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
옛 그림으로 살펴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
강좌를 마치며
[부록] 그림으로 본 김홍도의 삶과 예술
1. 초인적인 사실성 - 송하맹호도
2. 소재와 의미의 다양성 - 황묘롱접도
3. 이상적 진경산수 - 소림명월도
4. 따스했던 인간성 - 포의풍류도
5. 흔들림 없는 주체성 - 선동취적도
6. 시서화악의 풍부한 교양 - 주상관매도
7. 섬세한 감성 - 마상청앵도
8. 기지 넘치는 해학성 - 해탐노화도
9. 국가를 위한 봉사 - 시흥환어행렬도
10. 군주를 위한 작품 - 월만수만도
11. 풍속화의 진실성 - 씨름
12. 예술과 종교의 만남 - 염불서승도
맺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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