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sh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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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齋 거울의 역사

2004.07.08 14:01

RanomA 조회 수:1716



◈ 저 자 : 사빈멜쉬오르보네
◈ 옮긴이 : 윤진
◈ 출판사 : 에코리브르
◈ 출판일 : 2001년 11월 05일
◈ 페이지수 : 351 쪽
◈ ISBN : 8995218754

반디북 서평

이제는 아주 낡은 것이 되어버린 듯한 주제, 즉 '정신사'의 하나를 다루고 있는 책. <거울의 역사>에는 거울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거울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그래서 샘물이나 반짝거리는 조약돌에 얼굴을 희미하게 비쳐보던 때부터, 마침내 도처에 반사상이 넘쳐나는, 불현듯 솟아오르는 이질감의 자리가 아니라면 거울의 존재에 무감해져버린, 그런 거울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까지, 거울이라는 물건의 역사가 그 물건을 둘러싼 인간들의 정서와 함께 담겨 있다. 크게 3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거울이 처음 등장한 때부터 오늘날까지 말 그대로 거울의 역사를 들려주고, 2부에서는 고대에서 중세, 근대를 거쳐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거울이 어떤 의미를 띠었는가의 기록을 담고 있다. 마지막 3부는 '닮음의 마법'을 상실한 인간들이 거울 앞에서 느끼는 '또 다른 나'의 불안, 이미 깨져버린 거울을 들여다보는 인간들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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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장 들뤼모의 서문
서문

1부 거울, 그리고 거울의 전파
1장 베네치아의 비밀
2장 왕립 거울 제조소
3장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2부 닮음의 마법
1장 신의 형상을 따라
2장 미메티즘의 승리
3장 자기를 보기, 그리하여 자기를 알기

3부 불안스런 이질감
1장 악마의 표정
2장 비스듬한 거울과 반사적 계략
3장 거울의 파편

결론
주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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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연합뉴스 : 거울의 역사 - 2001/11/10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시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 속으로 뛰어들어 죽었다. 이 신화는 훗날 나르시시즘(자기애)이라는 정신분석학 용어가 탄생하는 모태가 됐다.

나르시스가 샘물에 비친 자신에 반했던 시절만 해도 거울이 없었다. 만약 그 시절에 거울이 있었다면 나르시스는 물로 뛰어드는 대신 거울 속의 자신과 입을 맞추었을지 모른다.

프랑스의 콜레주 드 프랑스 연구원인 사빈 멜쉬오르 보네의 「거울의 역사」(에코 리브르)는 인류의 역사에서 거울 변천사를 사회적ㆍ철학적ㆍ심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최초의 거울은 잔잔한 샘물이나 반들반들한 돌이었다.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자신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여러 모양의 돌, 고여 있는 물과 같은 수단에 얼굴을 비춰보았다. 나르시스나 페르세우스의 신화는 모습을 비추는 물질 앞에서 인간이 갖는 호기심을 잘 말해준다.

오늘날에는 너무 흔해진 거울이지만 수 세기 동안 거울은 진귀한 물건이었고 신비하면서도 때로는 두려운 힘을 지닌 존재였다. 17세기까지만 해도 거울은 왕족이나 귀족만이 향유할 수 있는 사치품 중 하나였으며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에 만든 '거울의 방'은 당시 귀족사회가 얼마나 거울에 열광했나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 책의 1부는 선사시대의 돌 거울, 그리스 시대의 청동 거울을 거쳐 오늘날의 유리 거울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물질적 차원에서 거울의 변천과정을 서술한다. 그리고 2부와 3부에서는 거울이 함의하는 철학적, 특히 심리학적 의미를 고찰한다.

실험에 의하면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발롱이나 쉴더, 레르미트같은 심리학자들은 거울에 비친 자기를 본다는 사실이 인성 형성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에 따르면 주체의 형성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며 외부 세계와 타인과의 분화에 대한 의식을 포함한다. 주체가 자신을 객관화하고 외적 지각을 내적 감각과 연결시키는 능력을 가질 때 육체에 대해 의식에서 자의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거울은 '또다른 자아'로서 자기 인식에 대한 매개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물건으로 인식돼 왔다.

거울은 또 인간에게 외관의 기술을 가르쳐줬다. 틈만 나면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물어보는 백설공주 계모의 이야기는 거울이 만들어낸 인간의 허영심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같은 거울의 속성을 재빨리 포착한 예술가들은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거울이 가진 철학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부각시켰다.

영국의 소설가 스티븐슨의 괴기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에 등장하는 거울은 그것이 갖는 자아분열적 속성을 잘 표현했다. 화가들은 거울을 든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거울은 악마적이고 현세의 쾌락 욕망을 강하게 암시하는 물건으로도 간주됐다.

'이 여인의 물품 중에서 주술을 위해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몇가지 물건이 발견됐고 그것이 자기 것임을 인정하였다. 탯줄 두 개, 생리혈이 묻은 천, 향(香), 거울 한 개, 아마 천에 쌓인 작은 칼 한 개, 주문을 적은 종이...' 1321년, 이단과 간통으로 체포돼 주술 행위로 기소된 베아트리스 드 플라니솔의 재판 기록은 이렇게 시작한다. 악마의 도구인 거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불리한 항목 중 하나이다. 여인은 프랑스 남부의 도시인 파미에의 주교가 관장하는 재판에서 '벽'에 갇히는 종신형에 처해진다.

당시 사제들은 거울이 마녀의 도구로 그 안에 악령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죄악의 여러 우의적 상징과 연결된 거울은 인간 정신을 환상에 빠지게 하며 육체를 탐욕에 젖게 한다.

거울은 음험한 사탄이 인간을 속이기 위해 사용하는 거짓과 유혹의 공간이라는 것이 중세 사제들의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거울에서는 오른손이 왼손으로 변해 있기 때문이다.

거울을 쾌락의 도구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카사노바였다. 카사노바는 여자를 사귀면 반드시 벽과 천장, 바닥이 거울로 덮인 팔각형의 방으로 데려가 성의 유희를 즐기곤 했다. 자기 자신이 느끼는 쾌락을 또 하나의 분리된 타인의 쾌락으로 대상화해 바라보는 색다른 희열을 카사노바는 즐겼다.

거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그것이 변천해온 역사와 철학적 함의를 이처럼 과학과 예술, 문학과 철학, 역사와 심리학을 넘나들며 면밀하게 성찰한 책은 이제껏 없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이 책이 갖는 매력이며 보네의 현란한 상상력과 진지한 지적 호기심은 독자들을 색다른 인식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정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