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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심리도 진화가 빚은 작품”
로버트 라이트 지음·박영준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2만5000원
유전자 결정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하는 이론만큼 지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학문 분야도 달리 찾기 어려울 것이다. 1975년 출간된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사람들, 특히 진보주의자들의 엄청난 비판을 받고 주저앉다시피 했다. 이런 논란은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1810~1882)이 〈종의 기원〉(1859)을 펴냈을 때도 있었다. 지성계는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했다.
진화론의 오·남용이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허버트 스펜서가 주창한 ‘사회진화론’은 인종주의자·파시스트·냉혹한 자본주의자들의 정치철학과 결합해 인간 사회의 불평등·차별·정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대다수는 다윈주의를 사회에 적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비판의 폭격을 피해 지하로 잠복했다. ‘다윈주의적 인류학’이니 ‘진화론적 정신분석학’이니 하는 이름으로 암약하던 이 이론은 20년 뒤 다시 포효하며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그 외침 가운데 하나가 1994년에 나온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이다.
감사.수치.명예등 공통감정 근원캐는 진화심리학 입문서
다윈 삶에 가설적용 "겸손했던 그도 본성 지배받는 동물"
〈도덕적 동물〉은 사회생물학에서 갈라져 나온 최신 이론인 ‘진화심리학’을 찬찬히 소개하는 일종의 입문서다. 진화심리학은 진화론과 심리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연선택’의 무수한 누적에 의해 형성된 유전자가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디자인했는지를 밝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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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를 염려하는가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 뒷말하기를 좋아하는가 더구나 문화권에 상관없이 뒷말 거리가 같은 이유는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죄의식을 느끼는가 이런 질문들이 성립하는 이유를 진화심리학은 찾아낸다. 감사·수치·후회·명예·보복·공감·사랑·자신감·이타심과 같은 공통적인 감정의 근원을 따져 묻는 것이다. 그들의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해부학의 해부도 하나하나가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면, ‘마음의 해부도’ 또한 다를 수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유전자가 인간 심리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인간 개개인의 심리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동일한 인간 본성이 매우 다양한 환경에 반응한 결과다.” 다시 말해, 인간의 심리적 본성을 규정하는 것은 유전자이지만, 그 구체적 발현은 환경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발현은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적응’하는 과정을 따른다.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진화심리학의 이런 가설들을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의 삶에 직접 적용해 풀어내고 있다는 데 있다.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에서 나타난 다윈의 성격이 어떻게 자연선택설을 입증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다윈은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유전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도 어쩔 수 없이 유전자가 디자인한 본성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진화심리학의 가설은 자칫 보수주의적인 주장으로 읽힐 혐의가 있다. 이를테면,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사실상의 일부일처제 파괴가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비평등주의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다. 동시에 이 책은 진화심리학이 곧바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정치적 우파보다는 좌파 쪽에 가까우며,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으로 좌파적 성향을 띤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치적 자유주의가 이념으로서 정합성을 확보하려면 도덕적으로는 보수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