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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대통령 당선이 되자 마자 조선일보가 낸 칼럼이다.

자기네들이 봐도 말이 안되는 공약이 많았다고 판단했는지, '굳이 공약을 지키려고 애쓸 필요 없다. 그런 건

해도 되는 '선의의 위약'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이명박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주는 거겠지.

7% 경제성장률 달성이나, 주가포인트 5천, 대운하건설 등이 해당하겠지.

하지만 올바른 언론의 태도라면, '그 공약들은 잘못됐으니 공약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그 공약을 폐기하라'라고

하는 게 맞다. 조선일보처럼 '공약은 문제가 없으나 꼭 그대로 할 필요는 없다' 식으로 덮어주는 건 맞지

않다.


[경제초점] 이 당선자가 해도 될 ‘선의(善意)의 위약’
박정훈 경제부장 jh-par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7.12.21 22:56 / 수정 : 2007.12.22 01:01


▲ 박정훈 경제부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에 관한 한 자신감이 남달랐다. 선거 닷새 전 증권사를 방문해선 ‘주가 3000시대’를 장담했다. 집권하면 당장 내년 중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하고, 5년 안에 5000도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

순진한 투자가들은 이 말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오늘부터 ‘주가 3000’ 장담은 잊어주는 게 좋다. 이 당선자는 말을 안 한 셈, 국민들은 못들은 셈 쳐야 한다. 그래야 나라경제도, 국민도 편하다.

이 당선자의 경제 운용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크다. 하지만 주가란 대통령 희망대로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주식시장엔 온갖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내년엔 잘해야 2500 정도라고 모든 전문가들이 전망한다.

사실은 주가 3000 발언을 잊어야 하는 좀더 절실한 이유가 있다. 주가 수치가 이 당선자 국정 운영의 족쇄가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혹여 이 당선자가 발언에 책임을 느낀다면 이것이 더 문제일지 모른다. 주가를 띄울 생각이라도 한다면 국민들이 나서서 말릴 일이다. 역대 정권의 주가 부양 조치는 매번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곤 하지 않았는가.

주가뿐 아니다. 이 당선자의 정책들은 비교적 실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 중에는 정치적 수사(修辭)에 가까운 공약도 적지 않다.

예컨대 ‘10년간 7% 성장’ 공약이다. 한국 경제는 잠재 성장률 4%대의 저(低)성장 늪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이 당선자는 이를 당장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이 당선자의 설명은 이렇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성장률이 올라가는 ‘이명박 프리미엄’이 1~2%포인트는 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얘기이긴 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데는 노무현 정부의 ‘불확실성 리스크’ 탓이 컸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환경 탓도 있겠지만, 기업이 투자할 아이템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기업이란 돈을 벌 것 같으면 지옥에라도 투자를 한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은 근본 원인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아무리 미더워도 대통령 얼굴만 보고 경제가 마술처럼 살아날 수는 없다.

하기야 돈 풀어 경기 부양하면 한두 해 7% 성장은 간단하다. 그러나 인위적 성장은 후유증만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요컨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7%란 수치 자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깨에 힘 빼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7% 성장률이 나오는 것이다. 처음부터 7% 성장을 목표로 무리하면 오발탄이 나올 수 있다.

신용불량자 대사면 공약은 또 어떤가. 정부 예산, 그러니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신불자(信不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포퓰리즘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노무현 정부조차 차마 못 꺼냈던 카드다.

선거가 급했던 이 당선자로선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선거가 끝났으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국민들도 그런 ‘선의(善意)의 배신’은 눈감아 줄 용의가 있다.

그 중에서도 정말 버려야 할 것은 ‘자리 약속’ 아닌가 싶다. 이 당선자의 선거캠프엔 각계에서 끌어들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고 한다.

선거캠프 사람들은 아마도 이 당선자 혹은 측근으로부터 암묵적인 자리 약속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을 다 챙기려면 정권 내내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다 날 샐 판이다. 안 그래도 우리는 노무현 정부의 ‘무(無)자격자 낙하산’에 5년 내내 시달렸다.

어설픈 자리 약속은 눈 딱 감고 잊은 척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한다고 왜 약속을 안 지키냐 따질 국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