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보석의 여왕 루비, 과학이 채 못밝혀낸 탄생의 비밀
2004.10.21 13:02
눈부시게 아름다운 보석이 박혀있는 목거리와 귀고리, 반지로 우아하게 몸을 단장한 여인의 생기넘치는 표정은 마치 이런 말을 속삭이는 것 같다. 보석의 왕인 다이아몬드가 무채색의 투명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면 빨간 루비와 녹색 에메랄드, 파란 사파이어는 마치 빛의 3원광처럼 유색 보석을 대표하는 보석들이다. 특히 정열에 불타인 여인의 입술처럼 붉은 광채가 나는 루비는 '보석의 여왕'이라고도 불릴만하다.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23.1캐럿의 루비 '카르멘 루시아'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1930년대 미얀마에서 발견된 이 보석은 익명의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가 박물관측이 기부금으로 구매했는데 그 값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먼저 루비(Ruby)의 조성을 살펴보자. 화학적으로 보면 다이아몬드도 탄소덩어리에 불과하듯이 루비도 알루미늄과 산소, 그리고 약간의 크롬으로 이뤄져 있다. 광물학의 관점에서 루비는 코런덤(corundum), 즉 강옥(鋼玉)의 일종인데 이 광물은 알루미늄과 산소의 화합물 알루미나(Al2O3)다. 즉 루비는 알루미늄의 일부가 크롬으로 대체돼 그 결과 붉은빛을 띠게 된 광물이다. 루비의 붉은 광채는 크롬의 형광이다. 형광(fluorescence)이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 물질이 다른 파장의 빛을 내는 현상이다. 루비의 경우 우리 눈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흡수한 크롬이 그보다 파장이 긴 빨간색 가시광선을 내보내는 것. 따라서 깜깜한 곳에서 루비에 자외선을 비춰주면 보석이 스스로 붉은빛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크롬대신 티타늄과 철이 미량 들어있게 되면 파란색이 눈부신 사파이어가 된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보석이 생기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난제이다. 지표에는 실리카와 철이 흔하기 때문에 이들이 포함되지 않은 광물이 생기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 실제 실리카나 철이 어느 정도 이상 들어가면 루비의 색이 나오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루비광산의 분포에서 생성비밀의 실마리를 찾았다. 즉 타지키스탄에서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카시미르, 네팔, 중국, 베트남까지 2천9백㎞에 이르는 히말라야산맥의 남부에 띠처럼 간헐적으로 퍼져있는 대리석 산지에 루비가 묻혀있는 것. 몇몇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약 5천만년전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충돌했을 때 루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즉 인도아대륙이 아시아대륙 사이에는 테티스해가 있었는데 인도아대륙이 밀고 올라오면서 바다밑을 덮고 있던 석회암 침전물에 주변의 광물들, 즉 알루미늄, 산소, 크롬, 실리카 등과 섞이게 됐다는 것. 결국 두 대륙이 만나 테티스해는 사라지고 석회암 침전물은 지표밑으로 들어가 고온(6백-6백70℃)과 고압(3-6킬로바)의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암석의 변형이 일어나 질좋은 대리석이 형성됐다는 것. 동시에 용융된 화강암이 대리석으로 침투하면서 실리카를 갖고 가는 교대작용(交代作用, metasomatism)이 일어나 알루미나가 남았다. 한편 테티스해가 증발되면서 남겨진 소금이 열을 받은 알루미늄의 유동성을 크게 해 주변에 미량 존재하는 크롬과 섞인 뒤 굳어져 루비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있다. 화강암 관입만으로는 바위속의 실리카를 충분히 없애기 어렵다는 것. 이들은 가장 품질이 좋은 루비의 산지인 미안마의 모곡(Mogok)광산을 연구해야 루비형성 메커니즘에 대해 좀더 폭넓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얀마의 정치상황이 서구 과학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어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곡 광산의 루비를 연구하면 생성의 신비가 완전히 풀릴까.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보석 큐레이터인 조지 할로는 "루비가 형성되는 조건은 다양하다"며 "이런 과정에 대한 의문에 모두 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만년 전의 탄생비밀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기에 루비는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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