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sh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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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신데렐라의 결말은?

2004.07.27 10:28

RanomA 조회 수:1583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연재되고 있는 김운회의 '다시 보는 삼국지' 얘기중

삼국지 속의 신데렐라 격인 오나라의 반황후 얘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들을

말하더군. 이 글을 읽어보니 나 역시 그런 사례가 많다는 걸 알게 되고. 그건 좀 있다

따로 쓰고...




신데렐라 이야기를 아시죠. 엄마가 죽고 새엄마가 들어오자 신데렐라는

구박을 받으면서 힘든 집안일을 합니다. 어느 날 왕자가 무도회를 열자,

신데렐라도 선녀의 도움으로 화려하게(?) 차려입고 무도회에 갔는데 왕자가

그녀에게 반해버립니다. 우여곡절 끝에 왕자는 신데렐라를 찾고 그녀는

다시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이 되어 왕자와 결혼합니다.
  
신데렐라는 "재를 뒤집어 쓴 아이"라는 뜻입니다. 요즘은 여성들의 직업도

다양해서 여러 가지 사무직이나 서비스업도 있지만 과거에는 그저 집안일이나

농사일로, 대부분 '일하는 여성'들은 거의 재를 뒤집어 쓴 정도의 몰골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왕자가 신데렐라와 같은 여자에게 반했을까요? 왕자는 수많은

미인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데 아무리 선녀가 준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과연 신데렐라에게 반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왕자 주변의 여자들은 대부분 귀족들이나

왕족들로 그저 얼굴이나 몸매나 가꾸고, 남자 귀족이나 연예인들의 이야기로

밤을 새우고, 괜찮은 귀족이나 후릴 궁리나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닙니까?

이런 종류의 유한계급(有閑階級 : Leisure Class) 사람들과 평생을 산다는 것도

일종의 고문(拷問)일 겁니다. 하녀들이 없으면 옷 하나 입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니 한심하기도 하겠지요.
  

이런 분위기에 있다가 열심히 일하는 정신도, 마음도 건강한 어린 아가씨가

눈앞에 나타났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처연한 인상을 주기도

하여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신데렐라는 자신이 처한

악조건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영민(英敏)함이 있습니다. 신데렐라가 가진

아름다움은 귀족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같은 속 빈 강정의 모습이 아니라

순수하고 건강한 것일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귀족이나 왕족 여자들이 가진

퇴폐적인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것이죠.
  


그러면 왕비가 된 신데렐라는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여생을 보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을 수 있겠죠.
  
첫째, 아버지의 무관심과 새엄마의 학대는 신데렐라의 마음에 지우기 힘든

큰 상처를 주었을 것입니다. 후일 신데렐라가 왕비가 되었더라도 이 상처들은

쉽게 소멸되지는 않죠. 즉 사람의 마음은 나무의 나이테와 같아서 자기를

괴롭히는 모든 환경이 종식되어도 그 기억은 계속 머리에 남아서 괴롭히게

됩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둘째, 신데렐라처럼 애정 결핍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집착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열등감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소극적이 되거나 그것을 감추기 위해

지나치게 화려한 생활을 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신데렐라의

성공적인 결혼생활에는 장애가 됩니다. 즉 좀 어려운 말로 하면 피해의식에

따른 대인관계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사교생활을

중시하는 상류사회에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되는 것이죠.
  
셋째, 신데렐라는 인맥(human network)이 없기 때문에 왕(왕자)의 사랑이

식게 되면 그것을 달래주거나 보호해 줄 보호막이 없죠.
따라서 신데렐라는

왕(왕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것은 오히려 지나친

투기로 나타나 정상적인 궁중 생활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원래

왕(황제)은 수많은 후궁들을 공식적으로 거느릴 수가 있는데, 왕(황제)의

아내로서 이 같은 상황을 참는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와 세뇌 교육을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신데렐라가 왕자의 사랑을 얻은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건강한 아름다움

이었을 것입니다. 즉 실제의 미모(美貌)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다는 것보다는

궁중에 출입하는 고귀한 가문의 여인들이나 궁녀들이 가지지 못한 어떤 매력,

예를 들면 일로 다져진 건강한 아름다움이 매력이었을 수도 있죠. 그런데

궁중에 들어오면 이 같은 매력은 급속히 떨어지게 되고 오히려 세련되지 못한

행동들이 부각되기 쉽습니다. 이것은 여러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게 되고

신데렐라는 정치적으로 고립되기가 쉬운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제가 보건대 신데렐라는 결코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할 것이고 어쩌면 그로

인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높지요.


... 중략...


만약 신데렐라가 지나치게 권력에 집착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왕자의 사랑이

식어간다고 느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왕자는 신데렐라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동시에 사랑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신데렐라가 애초에

귀족 여성으로 자랐다면 "왕이란 으레 그렇지, 뭐"하면서 적당히 눈감아주면서

주변의 귀족들에게 험담도 하면서 자기도 남자 애인이나 만들어서 적당히 즐기는

식으로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그렇게 하기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왕궁에서 의지할

곳이라고는 왕(王)밖에는 없는데 그 왕이란 사내가 다른 여자들에 혹하여 도무지

코끝도 뵈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 경우 신데렐라는 절대고독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신데렐라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하여 자신만이 방식으로 대처하기

시작하겠지요.


... 중략 ...


세상에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수많은 여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에게

신데렐라의 일생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네요. 신데렐라의

과도한 집착과 지나친 욕망은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세상은 환상이 아닙니다. 신데렐라가 꿈꾸어 온 세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신데렐라가 기다리고 있는 백마 탄 왕자는 바람둥이에다가 자기밖에 모르는

극도로 이기적인 사람일 경우가 많지요. 왜냐하면 왕자들은 그렇게 자라도록

교육을 받아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백마 탄 왕자는 궁극적으로 신데렐라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 이것을 알고서 왕자와 결혼하면 신데렐라는

불행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진실한 사랑과는 거리가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