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sh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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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들

원인은 보이나, 그 원인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데에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내심은 집값은

오르지 않거나 서서히 오르는 건 괜찮아도 절대 큰 폭으로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1. 금리 인상

저금리로 인해 사람들이 저축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다면 금리를

올리면 되지 않느냐.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며,

이는 기업의 경우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일반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중에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어 기업들은 다시

투자를 줄이게 되고 고용을 줄이는 상황이 닥치는 것이다. 뭐 좀 더

복잡한 메커니즘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과열되었으면 금리를

올려 조정하고, 위축되어 있으면 금리를 내려 진작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경제상황은 DJ 정부 말기부터 IMF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는 건 더 심한 불경기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고 부동산이고 자시고간에 경제 전반이 극심한 불황에

빠질 위험이 크다. 조금 경기가 기지개를 켰다고 대뜸 소비세를 인상시켜

경기를 다시 나락으로 빠뜨린 일본의 경우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거다.



2. 가계대출 혹은 주택담보대출의 축소

정부에서 최근에 LTV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LTV란 Loan To Value의

약자로, 빌려준 돈을 담보로 잡은 물건에서 선순위 채권을 뺀 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는가?

은행들이 담보를 잡는 이유가 무언가. 빌려준 돈을 못받을 경우가 되면

그 담보를 처분해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기때문이다. 그런데 담보로

잡은 것이 빌려준 돈보다 적은 가치라면? 당연히 손해를 보게 마련이고

이런 식으로 담보잡는 경우는 개인의 경우라면 없다. 1,000만원 빌려주면

대략 1,300만원 정도의 담보를 잡는다. 왜냐하면 경매를 붙이면 가격이

떨어져서 팔리니까. 그래서 미리 여유있게 담보를 잡는다. 이때의

LTV 비율은 1,000 / 1,300 = 77% 정도가 된다. 선순위 채권이란 그

담보를 경매와 같은 방법으로 처분했을 때, 돈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은행이 돈빌려주기 전에 담보를 잡은 사람이 있거나,

소액임차보증금과 같이 순서에 상관없이 무조건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은행에 돌아갈 몫이 그만큼 작아지기때문에 그것까지

고려해서 LTV 비율을 산정한다.

이 LTV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은행은 안전하게 돈을 받을 수 있으나,

대신에 빌려주는 돈이 적은 만큼 이자 수익도 줄어드니 (많이 빌려줘야

많이 이자를 받지) 담보랑 비교해서 돈을 떼이지 않을 만큼 최대 한도를

정해줘서 돈을 빌려준다.

그래서 정부는 LTV 비율을 낮춰서 담보에 비해 돈을 덜 빌려주라고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1억 3천짜리 아파트를 보고 1억원을 빌려줬다면,

지금은 5천만원 정도만 빌려주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출을

줄여 은행의 위험을 줄이고자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인상될 것을 예상하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쓴 사람들이

갑자기 대출한도를 줄여버리면 낭패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때문에

이도 쉽게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신용카드 돌려막기 하던

사람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갑자기 줄여버려서 사채시장으로 쫓아내버린

경우처럼)

거기에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고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은 마땅히 가계대출 외에는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보이질 않는다.

기업대출을 하고 싶어도 극심한 경기침체에 너무나 위험이 커보이니

은행으로서는 만만한 가계대출 외에는 보이질 않는다.



3. 부동산 공급의 증대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 그 시장에서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고 친다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도 대책이 되어보인다. 그래서 각종 신도시 계획과

주택공급 계획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서울에 한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공급을 늘려서는 안되는 게 서울이라는 도시라고 본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봉천동과 신림동을 위시한 관악구쪽은 예전에

그다지 형편이 좋지 않던 사람들이 살고 있던 동네라 그런지 몰라도

도로나 다른 인프라들이 비교적 열악한 편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에

도시 재개발에 의해 많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급속히

늘었는데.

교통만 본다면 지옥이다!!! 새벽 1시가 되어도 막히는 남부순환로. 3년전

이사왔을 때에, 지하철 한 칸에 타는 사람이 10명도 안되었건만 지금은

그 몇배가 봉천역에서 타고 있다. 지금 우리집이 있는 쪽도 재개발한다고

하고 롯데백화점쪽에 초고층 빌딩짓는다고 하는데. 오... 정말 죽음이다,

죽음.

서울이라는 도시는 절대 공급을 늘려서는 안되고, 수요를 줄여야 하는

도시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방마저도

엉망이 되는 블랙홀과 같은 도시다. 그런면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멋진

공약이라고 본다. 어쨌거나 서울은 더 이상 개발할 택지도 남아있지 않고,

만들어야 할 인프라도 포화상태이다. 이렇기때문에 서울에서의 부동산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사안이다.



4. 부동산 값은 폭락해서는 안된다.

2번의 얘기와 연관되는 얘기이다. 1980년대 미국 유수의 기업과 부동산을

인수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의 위용을 마구 뽐내며 조만간 미국을

제쳐버릴 것 같았던 일본 경제.

그러나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그 신화가

엉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끼었던 거품이 갑작스레

꺼지면서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부실을 가져왔다는 것이 장기 불황의

시작 요인은 아니더라도 10년 이상 지속된 것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80년대 중반, 선진국들의 합의에 의해서 일본의 지나친 대외 흑자를

줄이기 위해 엔고 정책이 실현되었다. 이에 일본정부는 엔고는 승인하되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금리를 엄청나게 낮춰버렸다.

엔화가 비싸서 수출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금융조달 비용을 줄여주어

수출에 타격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거의 제로금리까지 가버렸다.

But... 앞의 원인에서 얘기한 것처럼 저금리는 다른 분야의 투자에

거품을 끼게 하기 쉽다. 저금리로 인해 너나 할 것없이 은행에서 대출

받아 부동산에 투기를 했고, 미국보다 덜 발달된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아무런 위험관리 없이 확실해보이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던

것이다.

그러다 불황이 닥치고 부동산 거품이 꺼졌을 때. 10억엔 하던 집값이

5억엔으로 떨어졌을 때. 10억엔 하던 집값을 믿고 9억엔 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은 그냥 엿되버린 거다. 허공에다 4억엑 이상의 엄청난 손해를

봐버리는 것이다. 이는 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지고 경제의 피가 되어야

할 돈이 멈춰버리고 끊겨버리는 사태를 나았던 것이다.

지금 정부는 분명히 부동산이 거품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거품을

꺼뜨리되 과감히 꺼뜨릴 수는 없다.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오르더라도

서서히, 혹은 설사 떨어지더라도 서서히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은행들이 LTV를 줄이면서 부동산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시간을

벌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정부당국자들의 말을 빌어보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됐는지

20% 정도까지는 떨어져도 괜찮다고 얘기를 하는데 과연 그럴런지.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 이유 하나때문에라도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가 힘들 듯하다.



불명확해보이는 교육이나 사회적인 얘기는 말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빼놨다. 여튼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난마와 같이 얽혀 있어서

쉽게 손대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을 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위기를

경제 시스템을 망치지 않고 서서히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정부도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한 정책, 은행의

LTV 비율을 서서히 낮추게 하는 것,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기로 인한

정도 이상의 이익은 확실하게 잡고, 폭등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p.s.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해 대학 정원이나 기업의 공장 설비를 증설

하거나 신규 창출하는 것을 막으면 재계와 언론 (특히 친 재계쪽)은

규제가 심하다고 지랄난리발광이다.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규제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지금과 같이 수도권 집중 상황에서는 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반독점법, 공정거래법 같은 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뭔데. 시장이 가끔씩 폭주해 제 기능을 못할 때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대공황과 그로 인한 세계전쟁의 기억이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시장 만능주의자들로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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