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등학교의 컨닝법들...
2003.10.31 21:25
깅수 고등학교, 지금은 평준화되었지만 나 다닐 때만 해도 비평준화였기때문에
내신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빠진다. 깅수는 200명중 90등 정도로 졸업했다.
한때 150등까지 내려간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학력고사 비중이
높다고 하더라도 내신에 신경을 안쓸 수는 없는 법. 이런 사정에다 그런대로
머리가 좋다고 하는 애들이 모여서인지 몰라도, 그야말로 다양한 컨닝방법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1. 초치기
고등학교 첫 시험을 치는데 감독선생이 교실에 있는 벽시계를 떼고 차고있는
손목시계를 모두 책상에 넣어두라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해줬다.
'아... 그거 초치기때문에 그러는 거야.'
'잉? 초치기?'
'응. 컨닝방법인데 시계를 보면서 컨닝을 하는 거지.'
'어떻게요?'
'간단해. 1분에 60초이니까 그걸 4등분하면 되는 거야. 0~15초는 보기 1번,
15~30초는 2번, 30~45초는 3번, 45~60초는 4번. 이렇게 구간을 나누고는
컨닝시켜주는 애가 신호를 보내주면 그게 답인 거지. 신호는 뭐 '음...'과 같은
소리라든지, 샤프를 두 번 딸깍거린다든지 하면 되는 거야.'
'와...'
'하지만 순서 잘못 맞춰서 밀려써버린다든지 하면 작살나는 거지.'
이 초치기는 고전중의 고전으로 이제는 많은 학교에 퍼지고 왠만한 사람들은
한 번씩 들어본 적이 있는 방법인 듯.
한 반이 단체로 컨닝을 할 수 있다는 대중성(^_^)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답을 밀어쓸 위험과 함께 한 반이 한꺼번에 하다가 걸려버린 일화
(이게 우리학교 얘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조용하게 시험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반
전체가 시험지를 '샤아악~~~' 넘기는 바람에 선생이 놀래서 걸려버렸다는 얘기다)
도 있어서 내가 입학했을 무렵에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씩 하는
애들이 있다고 한다. 한양대 들어간 녀석들중 몇이 학력고사때 각자의 강점 과목에서
그렇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2. 끈치기
앞자리 학생과 뒷자리 학생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낚싯줄과 같은 걸로 서로 발을
묶어 의사소통을 하는 거다. 하지만 이거는 잘 걸렸다고 전해진다.
3. 손치기, 발치기
손이나 발의 모양을 보고 답을 전달한다. 왼 발이 앞으로 나가면 보기 1번, 오른
발이 앞으로 나가면 보기 2번, 둘 다 나가면 3번, 발을 모으면 4번... 이런 식으로
손이나 발의 모양을 약속하고는 시험치는 내내 발의 모양을 수시로 바꾼다.
소리도 나지 않고 그냥 습관적인 모습처럼 보여서 비교적 잘 안 걸린다. 또, 이건
문제 번호를 표시하고 답을 표시할 수 있기때문에 초치기처럼 밀려쓸 위험이
덜하다.
4. 전자점식
우리학교 역대 최고의 성적을 자랑한 우리 동기들의 작품으로 그 기발함이 돋보인다.
전자점식은 고2 화학시간에 나오는 것으로, 원소 기호에 전자가 몇 개가 있는가를
보여주어 각 화학원소간의 결합을 표시해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걸 응용한 거다.
일단 지우개를 하나 준비한다. 그리고 거기에 적당한 낙서를 써넣는다. 왜
흔히들 지우개에 이름 써넣으면 거기에 친구들이 장난친다고 '바보', '멍청이'
이런 말을 쓰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꼭 그거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면 준비는
다 됐다...
아래 그림을 보자.
'김'이라는 글자에 붙어있는 숫자들 보기문항을 말한다. 전자점식이란 방법이란
위의 그림처럼 글자의 위치에 따라 점을 찍어서 몇 번이 답인지를 가르쳐주는
방법이다.
위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숫자는 문제 번호를 뜻한다. '홍'은 1번 문제, '길'은
2번 문제가 되는 것이다. '홍'의 글자의 오른쪽 위에 점을 찍으면 1번 문제의 답이
2번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글자가 10자이니까 10번 문제까지밖에 되지
않는다고? 걱정마시라. 애들 여러 색의 펜만 준비하면 된다. 빨간색 점은
1번에서 10번문제까지, 파란색 점은 11번에서 20번까지. 이런 식으로 한 과목을
통째로 답을 표시해줄 수 있다.
위의 그림은 완성된 예시이다. 저 그림의 답은 1, 4, 1, 1, 2, 2, 3, 2, 3, 2
(여기까지가 빨간색 점), 1, 3, 2, 3, 2, 1, 1, 3, 4, 2 (여기는 파란색)이다.
이렇게 기록한 후에 받는 녀석이, '선생님 지우개 좀 빌리겠습니다' 하면서
넘겨받으면 끝이다.
이 방법은 일단 절대 밀려쓰지 않는다는 것, 못들어서 혹은 신호를 놓치지도
않는다. 거기에 선생한테 걸려봐야 그저 낙서에 점이 찍힌 것으로 보일 뿐이다.
정 이상하면 글자 중간중간에 줄도 미리 그어주어 자연스럽게 찍힌 점으로
보이게 하면 그만이다.
천재적인 방법이었다.
5. 훈민정음
고3때 나온 방법인데 이거 개발한 넘 서울대 경제학과 들어갔다. (-_-;) 이놈이
있던 반의 시험지를 보니 이상하게 '갈널돈곡눈'과 같은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있었다. 알고보니...
공부 잘하는 이 녀석이 먼저 시험을 치른 후에 밖으로 나간 후에 밖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척하면서 큰 소리로 '갈널돈곡눈'을 외쳤고, 애들이 그걸 받아적었던
것이다.
ㄱ: 보기 1번, ㄴ: 보기 2번, ㄷ: 보기 3번, ㄹ: 보기 4번
ㅏ: 보기 1번, ㅓ: 보기 2번, ㅗ: 보기 3번, ㅜ: 보기 4번...
이렇게 정해놓고는 답에 따라 글자를 만든 후에 애들에게 답을 저렇게 불러주는
것이었다.
저 녀석이 외친 답은 1, 1, 4, 2, 2, 4, 3, 3, 2, 1, 3, 1, 2, 4, 2 였던 것이다.
선생이 들어봐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으니 기껏해야 조용히 하라고 할 뿐,
저 말 속에 저렇게 답이 있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전자점식이 개인간의 은밀하고도 확실한 컨닝을 제공한다면, 훈민정음은 은밀하지는
않되 의미없어 보이는 말로 많은 애들에게 답을 가르쳐주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컨닝방법을 보면서 '이 시키들 머리 진짜 좋다'와 '객관식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다.
내신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빠진다. 깅수는 200명중 90등 정도로 졸업했다.
한때 150등까지 내려간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학력고사 비중이
높다고 하더라도 내신에 신경을 안쓸 수는 없는 법. 이런 사정에다 그런대로
머리가 좋다고 하는 애들이 모여서인지 몰라도, 그야말로 다양한 컨닝방법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1. 초치기
고등학교 첫 시험을 치는데 감독선생이 교실에 있는 벽시계를 떼고 차고있는
손목시계를 모두 책상에 넣어두라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해줬다.
'아... 그거 초치기때문에 그러는 거야.'
'잉? 초치기?'
'응. 컨닝방법인데 시계를 보면서 컨닝을 하는 거지.'
'어떻게요?'
'간단해. 1분에 60초이니까 그걸 4등분하면 되는 거야. 0~15초는 보기 1번,
15~30초는 2번, 30~45초는 3번, 45~60초는 4번. 이렇게 구간을 나누고는
컨닝시켜주는 애가 신호를 보내주면 그게 답인 거지. 신호는 뭐 '음...'과 같은
소리라든지, 샤프를 두 번 딸깍거린다든지 하면 되는 거야.'
'와...'
'하지만 순서 잘못 맞춰서 밀려써버린다든지 하면 작살나는 거지.'
이 초치기는 고전중의 고전으로 이제는 많은 학교에 퍼지고 왠만한 사람들은
한 번씩 들어본 적이 있는 방법인 듯.
한 반이 단체로 컨닝을 할 수 있다는 대중성(^_^)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답을 밀어쓸 위험과 함께 한 반이 한꺼번에 하다가 걸려버린 일화
(이게 우리학교 얘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조용하게 시험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반
전체가 시험지를 '샤아악~~~' 넘기는 바람에 선생이 놀래서 걸려버렸다는 얘기다)
도 있어서 내가 입학했을 무렵에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씩 하는
애들이 있다고 한다. 한양대 들어간 녀석들중 몇이 학력고사때 각자의 강점 과목에서
그렇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2. 끈치기
앞자리 학생과 뒷자리 학생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낚싯줄과 같은 걸로 서로 발을
묶어 의사소통을 하는 거다. 하지만 이거는 잘 걸렸다고 전해진다.
3. 손치기, 발치기
손이나 발의 모양을 보고 답을 전달한다. 왼 발이 앞으로 나가면 보기 1번, 오른
발이 앞으로 나가면 보기 2번, 둘 다 나가면 3번, 발을 모으면 4번... 이런 식으로
손이나 발의 모양을 약속하고는 시험치는 내내 발의 모양을 수시로 바꾼다.
소리도 나지 않고 그냥 습관적인 모습처럼 보여서 비교적 잘 안 걸린다. 또, 이건
문제 번호를 표시하고 답을 표시할 수 있기때문에 초치기처럼 밀려쓸 위험이
덜하다.
4. 전자점식
우리학교 역대 최고의 성적을 자랑한 우리 동기들의 작품으로 그 기발함이 돋보인다.
전자점식은 고2 화학시간에 나오는 것으로, 원소 기호에 전자가 몇 개가 있는가를
보여주어 각 화학원소간의 결합을 표시해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걸 응용한 거다.
일단 지우개를 하나 준비한다. 그리고 거기에 적당한 낙서를 써넣는다. 왜
흔히들 지우개에 이름 써넣으면 거기에 친구들이 장난친다고 '바보', '멍청이'
이런 말을 쓰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꼭 그거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면 준비는
다 됐다...
아래 그림을 보자.
'김'이라는 글자에 붙어있는 숫자들 보기문항을 말한다. 전자점식이란 방법이란
위의 그림처럼 글자의 위치에 따라 점을 찍어서 몇 번이 답인지를 가르쳐주는
방법이다.
위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숫자는 문제 번호를 뜻한다. '홍'은 1번 문제, '길'은
2번 문제가 되는 것이다. '홍'의 글자의 오른쪽 위에 점을 찍으면 1번 문제의 답이
2번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글자가 10자이니까 10번 문제까지밖에 되지
않는다고? 걱정마시라. 애들 여러 색의 펜만 준비하면 된다. 빨간색 점은
1번에서 10번문제까지, 파란색 점은 11번에서 20번까지. 이런 식으로 한 과목을
통째로 답을 표시해줄 수 있다.
위의 그림은 완성된 예시이다. 저 그림의 답은 1, 4, 1, 1, 2, 2, 3, 2, 3, 2
(여기까지가 빨간색 점), 1, 3, 2, 3, 2, 1, 1, 3, 4, 2 (여기는 파란색)이다.
이렇게 기록한 후에 받는 녀석이, '선생님 지우개 좀 빌리겠습니다' 하면서
넘겨받으면 끝이다.
이 방법은 일단 절대 밀려쓰지 않는다는 것, 못들어서 혹은 신호를 놓치지도
않는다. 거기에 선생한테 걸려봐야 그저 낙서에 점이 찍힌 것으로 보일 뿐이다.
정 이상하면 글자 중간중간에 줄도 미리 그어주어 자연스럽게 찍힌 점으로
보이게 하면 그만이다.
천재적인 방법이었다.
5. 훈민정음
고3때 나온 방법인데 이거 개발한 넘 서울대 경제학과 들어갔다. (-_-;) 이놈이
있던 반의 시험지를 보니 이상하게 '갈널돈곡눈'과 같은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있었다. 알고보니...
공부 잘하는 이 녀석이 먼저 시험을 치른 후에 밖으로 나간 후에 밖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척하면서 큰 소리로 '갈널돈곡눈'을 외쳤고, 애들이 그걸 받아적었던
것이다.
ㄱ: 보기 1번, ㄴ: 보기 2번, ㄷ: 보기 3번, ㄹ: 보기 4번
ㅏ: 보기 1번, ㅓ: 보기 2번, ㅗ: 보기 3번, ㅜ: 보기 4번...
이렇게 정해놓고는 답에 따라 글자를 만든 후에 애들에게 답을 저렇게 불러주는
것이었다.
저 녀석이 외친 답은 1, 1, 4, 2, 2, 4, 3, 3, 2, 1, 3, 1, 2, 4, 2 였던 것이다.
선생이 들어봐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으니 기껏해야 조용히 하라고 할 뿐,
저 말 속에 저렇게 답이 있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전자점식이 개인간의 은밀하고도 확실한 컨닝을 제공한다면, 훈민정음은 은밀하지는
않되 의미없어 보이는 말로 많은 애들에게 답을 가르쳐주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컨닝방법을 보면서 '이 시키들 머리 진짜 좋다'와 '객관식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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