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하철에서 일어난 얘기...
2003.01.21 22:44
퇴근길... 이번주에 새로이 나온 한겨레 21을 하나 들고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아서 '퇴근길에도 시달려야 하나' 싶은 생각에 짜증만빵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잡지에 몰두한 채 가려는데...
방배역이 됐나. 어느 술취한 아저씨 한 명이 타더니만 타자마자 혼자서 떠들어
대더군. 내용은 맞지만 그 역시 똑같은 죄를 저지르고 있었으니.
'참새들만 모였냐. 떠들지 마라. 사회의 기본이 안되어 있다.'
'거기 핸드폰 통화 하지 마라. 빨리 통화 끊어. 예의가 없다.'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 자신도 술이 취해서 누구에게 말하는지도, 자기가 말하는 게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도 전혀 모른 채 떠들어대더군.
뭐 좀 하고 말려니 했건만 낙성대까지 올때까지 떠들어대더라구. 쩝... 다
좋았는데 이 인간이 바로 내 뒤에서 그러고 있는데 듣자하니 지하철 내의
사람들이 모두 자기말을 들어야 하고, 자기만이 옳다는 신념에 가득차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주 듣기 싫어서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
'조용하세요.'
'뭐라고?'
'조용하시라고요. 지금 아저씨가 하는 행동이 아저씨가 욕하는 사람들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뭐라고?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말을 해도...'
주절주절... 결국은 자기 분을 못이겼나 보더구만.
'야, 이 새끼야. 너 뭐야?'
바로 튀어나오는 반말투...
'그렇군요. 바로 반말을 쓰시는군요. 댁의 수준은 그것밖에 안되나 보군요.'
'뭐야? 수준? 너 이 새끼. 내려. 내려.'
'댁이나 내리시죠.'
씁... 귀찮게 됐으나 사람 많은 곳에서 그 인간이 어쩌지는 못하겠지 싶어서
그냥 버티고 있었다.
그러더니 역시나...
멱살을 잡더구만. 쩝... 뭐 아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이 이렇게 꼬이니
솔직히 말하면 겁도 나고 (나 힘없다. -_-;) 난감하기도 했다.
'내려, 이 새끼야.'
'내려. 난 갈테니까.'
순간 속으로 떠오르는 건, 전에 어떤 유머처럼 그 인간 먼저 내리게 한 후에
난 안내리기 초식... -_-; 어쨌거나 난감했는데...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던 키 큰 학생이 갑자기 그 아저씨의 손을 떨치더니만
'그만하시죠.'라고 밀더구만.
'너, 뭐야. 이 손 안놔?' 라고 외쳤지만, '그만하시죠.'하면서 끝까지 막는
학생이었다.
순간... '살았다.' (-_-;)
그 아저씨는 계속해서 놓으라고 했지만 그만하라면서 미동도 않는 학생의 힘에
눌렸는지 '알았으니까, 이 손 놔'로 변하더구만.
하지만...
학생은 낙성대역에서 문이 열리자 마자 그 아저씨의 손을 끌고서는 문 밖으로
내보내버렸다.
화나서 어쩔 줄 모르는 아저씨의 표정이 참으로 기억에는 남았으나...
이렇게 끝났으니 할 말은 한 나는 후련해야 했으나...
어쩐지 찜찜했으니...
힘이 없어 겁먹으면서도 화난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없는 자의 만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말할 때 차분하고 침착하면서도 냉정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그런 것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옛날에 잭 켄필드의 책인가? 거기에서 일본에서 유도를 배우면서 사는 서양인이,
어느날 지하철에서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에게 '드디어 배운 유도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라면서 힘으로 제압하려는 순간, 어느 할아버지가 말리면서
그 취객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취객을 조용히 시키고 달래는 걸 보면서, 자신은
아직 유도의 도를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는 얘기.
나 역시 오늘 지하철이 여유롭고, 내 마음이 여유로웠으면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줄 아량이 있었는지 모른다. 오늘처럼의 결론은 편리하게 그 한 사람
제거함으로써 지하철은 다시금 평화가 돌아왔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서로 좋은 결론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을 무리한 대결로, 나의 욱하는
심정으로 한쪽을 비참하게 만든 걸로 끝난 건지 모른다.
예전에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오셔서 집안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자 대들어서
대판 싸웠던 옛 기억도 떠오른다. 그때야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와서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도 서서히 아버지가 그때
했던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처럼... 그 아저씨도 언젠가 내가 느낄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른들과는 되도록이면 싸우지 않는 애들은 그런 것때문일까. 나처럼 막나가는
애들이 이해못하는 그런 게 있는 걸까. 뭐 그냥 관습적인 연장자 우대일 수도 있지만.
어느 것이 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더 깊이 생각해볼 문제인 듯하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아서 '퇴근길에도 시달려야 하나' 싶은 생각에 짜증만빵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잡지에 몰두한 채 가려는데...
방배역이 됐나. 어느 술취한 아저씨 한 명이 타더니만 타자마자 혼자서 떠들어
대더군. 내용은 맞지만 그 역시 똑같은 죄를 저지르고 있었으니.
'참새들만 모였냐. 떠들지 마라. 사회의 기본이 안되어 있다.'
'거기 핸드폰 통화 하지 마라. 빨리 통화 끊어. 예의가 없다.'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 자신도 술이 취해서 누구에게 말하는지도, 자기가 말하는 게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도 전혀 모른 채 떠들어대더군.
뭐 좀 하고 말려니 했건만 낙성대까지 올때까지 떠들어대더라구. 쩝... 다
좋았는데 이 인간이 바로 내 뒤에서 그러고 있는데 듣자하니 지하철 내의
사람들이 모두 자기말을 들어야 하고, 자기만이 옳다는 신념에 가득차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주 듣기 싫어서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
'조용하세요.'
'뭐라고?'
'조용하시라고요. 지금 아저씨가 하는 행동이 아저씨가 욕하는 사람들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뭐라고?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말을 해도...'
주절주절... 결국은 자기 분을 못이겼나 보더구만.
'야, 이 새끼야. 너 뭐야?'
바로 튀어나오는 반말투...
'그렇군요. 바로 반말을 쓰시는군요. 댁의 수준은 그것밖에 안되나 보군요.'
'뭐야? 수준? 너 이 새끼. 내려. 내려.'
'댁이나 내리시죠.'
씁... 귀찮게 됐으나 사람 많은 곳에서 그 인간이 어쩌지는 못하겠지 싶어서
그냥 버티고 있었다.
그러더니 역시나...
멱살을 잡더구만. 쩝... 뭐 아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이 이렇게 꼬이니
솔직히 말하면 겁도 나고 (나 힘없다. -_-;) 난감하기도 했다.
'내려, 이 새끼야.'
'내려. 난 갈테니까.'
순간 속으로 떠오르는 건, 전에 어떤 유머처럼 그 인간 먼저 내리게 한 후에
난 안내리기 초식... -_-; 어쨌거나 난감했는데...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던 키 큰 학생이 갑자기 그 아저씨의 손을 떨치더니만
'그만하시죠.'라고 밀더구만.
'너, 뭐야. 이 손 안놔?' 라고 외쳤지만, '그만하시죠.'하면서 끝까지 막는
학생이었다.
순간... '살았다.' (-_-;)
그 아저씨는 계속해서 놓으라고 했지만 그만하라면서 미동도 않는 학생의 힘에
눌렸는지 '알았으니까, 이 손 놔'로 변하더구만.
하지만...
학생은 낙성대역에서 문이 열리자 마자 그 아저씨의 손을 끌고서는 문 밖으로
내보내버렸다.
화나서 어쩔 줄 모르는 아저씨의 표정이 참으로 기억에는 남았으나...
이렇게 끝났으니 할 말은 한 나는 후련해야 했으나...
어쩐지 찜찜했으니...
힘이 없어 겁먹으면서도 화난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없는 자의 만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말할 때 차분하고 침착하면서도 냉정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그런 것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옛날에 잭 켄필드의 책인가? 거기에서 일본에서 유도를 배우면서 사는 서양인이,
어느날 지하철에서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에게 '드디어 배운 유도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라면서 힘으로 제압하려는 순간, 어느 할아버지가 말리면서
그 취객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취객을 조용히 시키고 달래는 걸 보면서, 자신은
아직 유도의 도를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는 얘기.
나 역시 오늘 지하철이 여유롭고, 내 마음이 여유로웠으면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줄 아량이 있었는지 모른다. 오늘처럼의 결론은 편리하게 그 한 사람
제거함으로써 지하철은 다시금 평화가 돌아왔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서로 좋은 결론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을 무리한 대결로, 나의 욱하는
심정으로 한쪽을 비참하게 만든 걸로 끝난 건지 모른다.
예전에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오셔서 집안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자 대들어서
대판 싸웠던 옛 기억도 떠오른다. 그때야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와서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도 서서히 아버지가 그때
했던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처럼... 그 아저씨도 언젠가 내가 느낄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른들과는 되도록이면 싸우지 않는 애들은 그런 것때문일까. 나처럼 막나가는
애들이 이해못하는 그런 게 있는 걸까. 뭐 그냥 관습적인 연장자 우대일 수도 있지만.
어느 것이 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더 깊이 생각해볼 문제인 듯하다.
댓글 2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18 | 10년이 되었다. | RanomA | 2003.01.13 | 1462 |
| 117 | 13년간의 꿈... | RanomA | 2003.01.13 | 1146 |
| 116 | 특별한 날이라... | RanomA | 2003.01.13 | 1053 |
| 115 | 사랑할 수 있을까? [1] | RanomA | 2003.01.14 | 1015 |
| 114 | 기억 혹은 추억... | RanomA | 2003.01.20 | 1279 |
| » | 오늘 지하철에서 일어난 얘기... [2] | RanomA | 2003.01.21 | 924 |
| 112 | 아직도 기억나는 음식... | RanomA | 2003.01.24 | 1284 |
| 111 | 새옹지마... | RanomA | 2003.01.29 | 1072 |
| 110 | 슬픔을 가져다 준 것은... | RanomA | 2003.02.05 | 964 |
| 109 | 몇몇 한국인의 고양이 혐오에 대한 고찰... [2] | RanomA | 2003.02.09 | 1678 |
| 108 | 극복하는 것이란... (1996년 4월) | RanomA | 2003.02.16 | 905 |
| 107 | 모두의 명복을 빌며... | RanomA | 2003.02.27 | 937 |
| 106 | 꿈이라는 건... | RanomA | 2003.03.15 | 924 |
| 105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 RanomA | 2003.03.17 | 928 |
| 104 | 내가 좋아하는 시간... | RanomA | 2003.03.19 | 1101 |
| 103 | 이라크 침공 단상... | RanomA | 2003.03.21 | 917 |
| 102 | 열심히 노력하는 성품도... [1] | RanomA | 2003.04.07 | 1065 |
| 101 | 성실하고 착한 것보다... | RanomA | 2003.04.09 | 908 |
| 100 | 최고의 직장은... [1] | RanomA | 2003.04.09 | 1054 |
| 99 | 우리 회사에서의 삶을 달리기에 비교하자면... | RanomA | 2003.04.11 | 9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