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찌의 열렬한 팬인 나는 H2를 94년도쯤에 해적판으로 먼저 만났다가 나중에 챔프에서 H2 정식판을 봤다.

해적판의 인쇄 상태나 번역이 당연히 정식판보다 조악한 건 당연하지만, 한 군데의 번역은 해적판이 더 잘 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부분이냐 하면...

히로의 야구 동호회가 정식부로 승격하기 위해서 교장이 히데오가 있는 메이와고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라는 조건을 걸면서

치러진 경기에서, 히로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려 하지만 하지만 하루까랑 히까리에 의해서

상대편에게 알려지는 부분이다.






이 장면이지... 위의 그림은 정식판인데 뭐가 아쉽냐고?

일본어 원판을 한 번 보자.



하루까가 '쿠니미군... 힘내' 그런다.

메이와 감독은 하루까를 쳐다보며 '응?' 이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히까리가 그런다. '히로... 어쩌고 저쩌고...'

메이와 감독이 한 번 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팀원들도 깨닫는다...

'쿠니미...'

'히로?'

즉, 하루까는 성을 부르고, 히까리는 이름을 부른다.

메이와측은 그 대사를 통해 이름을 하나 하나씩 조립하고는 마침내 쿠니미 히로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근데 정식판에서 보면 하루까의 대사에서 아무런 이름도 없이 '힘내'라는 대사만 있다.


감독이 뭘 알아챌 건덕지가 없는 거지. 하루까의 뭐가 특이해서 쳐다본 걸까...

그에 비해서...

해적판에서는 쿠니미 히로의 이름을 우리식으로 바꿔서 '서태영'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루까의 대사에서는 '태영아 힘내',

히까리의 대사에서는 '서태영, 똑바로 안햇' 이렇게 번역했다.

해적판의 제일고 선수들도 이렇게 알아듣는다. '서... 태영?'

정식판에서는 쿠니미 히로라는 이름을 그대로 옮겼다만, 일본식의 '쿠니미군'이라는 뉘앙스를 제대로 번역하기 힘들었겠지.

우리는 동년배를 '김군' 이런 식으로  부르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해적판에서는 오히려 이름 먼저 부르고 성과 이름을 다 부르는 건 저 상황에서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하다.

정식판도 이렇게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하루까가 '히로, 힘내' 이러고, 히까리가 '쿠니미 히로, 똑바로 안햇'

그러면 우리에게도 자연스러웠을텐데... 물론 상대적으로 덜 친한 (그래서 일본에서는 성만 불렀던) 하루까가 이름을 부르고,

더 친한 히까리가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는 건 좀 안맞다만...

('소영이 참 예쁘다'와, '고소영 참 예쁘다'의 친밀도의 차이 생각해보면 알 듯)

번역이란 어려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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