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책 소개는 밑에서 하겠음.)

보통 마녀사냥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마녀들은 알 수 없는 이상한 약을 만들어 사람을 해하고, 전염병을 퍼뜨리며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 악마와의 난잡한 파티를 벌인다.'라는 혐의들이 있다. 이런 경우 대개는 고문과 조작에 의해서 만들어진 죄이지만, 몇몇은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책은 고문과 조작 부분은 빼고, 몇몇이 인정한 그 사실에 기초해서 이런 가설을 세운다.

'그녀들이 인정하면서 불었던 얘기는 사실이 아닐 거다. 하지만 그녀들이 불었던 그 사실을 그렇게 생각한 건 사실일 거다.'

초창기 마녀로 찍힌 사람들 중에는 마을 밖에서 홀로 살아가면서, 약초에 대한 지식이 좀 있고 그걸로 생계를 유지하는여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오는 그 약초들이 갖고 있는 화학물질 이름을 통칭해서 알칼로이드라고 한다. 뭐 복잡한 건 제끼고, 알칼로이드라는 것들은 대략 많은 양을 섭취하면 독이 되지만 극소량을 섭취하면 적절한 약이 되는, 특히 중추신경계 쪽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환각작용이 있는 것도 있다 한다.

이러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녀들은 약으로 쓰기 위해서, 그럴려면 다량 섭취의 위험을 막아야 하니, 먹지 않고 피부를 통해 흡수시키려고 하는데, 신체 부위에서 약물 흡수가 잘되는, 그러니까 피부가 얇고 그 밑에 바로 혈관이 지나가는 곳에 바른다. 성기, 항문 등이 이에 부합한다.

마법약을 빗자루의 긴 손잡이 부분에 약초를 짓이긴 걸 바른 후, 그 위에 걸터 앉아 성기 점막에 문질렀고, 그 후 환각상태에서 하늘을 날아다니거다 떨어지는 느낌, 왜곡된 시야, 도취감, 주위가 빙빙 도는 느낌, 악마를 만나는 느낌 등을 겪은 후에 혼수상태와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 악마와의 파티를 벌였다는 것은 그녀들의 마법약(약이 되는 독초)의 섭취 방법과 환각의 결과가 반영된 걸로 보인다." 라는 얘기이다.


책은 두 권짜리인데, 뭐 제목에 나오는 역사를 '바꾼' 거라기보다는 '관련된' 화학물질 얘기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예를 들면...

아편 전쟁과 관련해서는 아편, 차, 담배가 있는데 아편의 마약성분에 대한 화학식과 그 성분의 작용방식, 그리고 그 물질의 유래와 기타 다른 마약류와의 공통점 등을 얘기한다. 차(茶, tea)에 대해서는 당연히 카페인 얘기를, 담배에서는 니코틴과 타르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읽기 쉽게 역사적인 얘기도 양념처럼 중간중간 넣는다. 사실 화학적 지식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이야기만 기억해도 좋다. 나도 알칼로이드 화학식은 기억에 안남고, 그저 '알칼로이드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심지어 마약이 될 수도 있는 물질이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그 다음에는 마녀 전설의 실체는 저런 게 아닐까 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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