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이란 순방을 하시면서 88년 대림산업이 직원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있었던 의리를 얘기하셨는데... 이때 대림산업에서 발생한 참사는 어떤 거였을까.

간략하게 말하자면, 회사는 공습 사이렌이 울려도 공기를 지켜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을 도외시하여, 대피 훈련도 안하고, 방공호 위치도 안알려줬다. 심지어 공습 사이렌이 울려도 대피하면 싫어하는 기색을 내비치더니만, 대피하지 않는 대가로 사이렌 수당까지 지급했다. 그렇게 안전을 도외시하다 13명의 목숨이 희생되어버렸다.

대통령께서는 그걸 예시로 꺼내든 거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시절이고 과거의 기사는 너무나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의 예시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는 거고. 네이뇬의 뉴스라이브러리를 한 번 뒤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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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988년 7월 8일 경향신문

공습 알고도 대피 통보 안했다.

대림산업의 이란 캉간 공사장 피폭사건은 회사측이 공습경보를 두 차례나 무시한 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많은 희생자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8일 상오 8시 대한항공 808호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생존 근로자들은 이번 피폭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가 의외로 많아진 것은 회사측이 공사를 빨리 진척시키기 위해 평소 대피연습을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으며 사고 후에도 중상자를 부상자 명단에서 빼는 등 사고를 축소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략

"그동안 공습경보가 있을 때마다 회사 측에서는 작업시간이 2~3시간씩 지연된다는 이유로 아예 대피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정남수씨 (42.비계공)도 "최근에는 회사 측에서공습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으며 방공호 등 대피시설도 본관에만 설치했고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몰려있는 공사장에는 방공호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략

이번 사고로 고막이 터지는 중상을 입은 윤정한씨(30)는 "하루 2~3차례의 공습경보가 있었으나 경보때마다 대피하면 회사 측에서 싫은 내색을 해 공습 경보 상황에서도 대부분 대피하지 못했다"면서 "방공호가 어디 있는지 근로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아 대피하고 싶어도 대피할 곳을 몰라 희생이 컸다"고 말했다.

 

두 번째 1988년 7월 10일 한겨레신문

"회사 안전대책 소홀로 희생 커졌다." 진상조사 요구 장례협상 미뤄

전략
노동자들은 또 부식 조달이 힘들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등 나쁜 근무조건에서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종원(35.전기공)씨는 "아침식사로는 대개 전날 저녁에 남은 밥으로 끓인 죽이나 밥이 번갈아 나왔고 반찬은 단무지나 양배추무침, 소 내장 등으로 끓인 국이 전부였으며 점심 때에는 밥, 단무지, 마늘장아찌에다 미역냉국을 먹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회사 쪽에 부식에 대해 여러 번 항의를 했지만 회사 쪽은 "전쟁지역이기 때문에 물자를 구하지 못한다"며 "귀국해서 잘 먹어라"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립식 건물인 숙소에서는 방 1칸에서 9~10명씩 비좁게 지냈고 장마철인 2월에는 방에 물이 스며 들어 걸레로 물을 짜내며 지냈다는 것이다.

하략...

세 번째 1988년 7월 14일 동아일보의 칼럼 ('횡설수설') 중 일부

'이란' '캉간'에서 대림산업 근로자들에게 주어졌다는 이른바 '사이렌 수당'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근로자들에게 주어지는 수당에는 여러가지 명목이 있겠지만 어떻게 한달에 10시간 정도의 사이렌 수당이라는 것이 주어질 수 있었는지 고개가 정말 갸우뚱해진다. '잘 살아보자' 혹은 '하면 된다'는 구호 속에 빚어진 무리가 금시초문인 '사이렌 수당'을 만들어 공습 사이렌이 울려도 작업을 강행하는 비인도적인 과욕을 드러냈다고 할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서둘러 돌아온 근로자들은 방송을 통해 사전예고도 있었고 몇 차례 경보 사이렌이 울렸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지연을 막으려고 안전을 극히 소홀히 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략...

잘 살기 위해 일한다면서 폭격을 알리는 사이렌조차 무시하고 일하다 목숨을 잃다니 이 무슨 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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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돈 때문에 안전과 사람 목숨은 안중에도 없던 시절의 참사다. 그런데 그게 지금도 안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도 산재 사고로 죽어가는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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