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김영삼의 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 그리고 반란 수괴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는 측면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건 확실히 해두고...

다만 그 추진 배경에 대해서는 좀 갸우뚱한 게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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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YS는 5.18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 계속 부정적이었으나, 95년 10월 ~ 11월의 사건으로 불리한 상황이 되자 이를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5.18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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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내 기억에는 YS가 딱히 하려고 맘먹은 건 없다가 '뭔가에 밀려서 밀려서 정치적인 반전을 노리는 꼼수라고 평가'했던 기억이었거든. 뭐 취임 첫 해에 민주화 운동이라고 격상시키기는 했지만, 관련자 처벌이나 진상 규명은 역사에 맡기자고 했기 때문에 포기했던 기억이랑 엮여서 그랬나 싶었는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YS가 검사들 찍어누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얘기까지 듣자 '아무래도 내 기억이랑 안맞는데...' 싶어서 찾아봤지.

결론은 내 기억이 맞았다. 아래 기사 내용들은 대부분 동아일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겨레는 이거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5.18 에 관련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덜 편향적으로 보이려고 동아일보를 기준으로 했다.

발단은 검찰이 5.18 관련자들을 구속하지 않기로 방침을 내린 거다. 95년 7월 7일 기사에 나온다.
01. 5.18 관련자 불기소 결정 서울지검.jpg

 

이 사태 이후 기본적으로 정부 여당은 5.18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지.

기사들을 더 살펴 보자.

위의 검찰의 결정에 각계 각층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학계, 시민단체, 운동권 다 포함해서. 그러는 와중에 9월 18일 기사를 보면 당시 DJ가 새로 창당한 국민회의에서는 5.18 특별법을 주내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해당 기사에서 민자당은 반대 입장이라고 나와 있다. 비록 DJ로 인해 많은 의원이 나간 민주당이지만 대의는 찬성 입장이었고.

02. 5.18 특별법안 주내 국회 제출.jpg

위의 기사를 보면 재야 및 대학생들은 이미 시위와 동맹휴업 결의까지 하고 있고, 아래의 10월 1일, 5.18 공방 기사를 보면 국민 여론이 거세게는 아니더라도 확산은 되어가고 있는 중인 거 같다. 그리고 같은 날 다른 기사를 보면 대학 교수들 모임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03. 5.18 서명교수 모임 발족.jpg

 

이런 상황이지만 민자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헌재에 계류 중인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검찰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반면에, 국민회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 확산에 대해 국민여론을 존중해야 된다면서 특별법 제정과 관련자 기소를 관철을 천명하고 있다.
04. 여야 5.18 공방.jpg

 

십 수여 일이 지난 10월 18일 국회에서 정당 대표 연설에서 민자당의 당시 김윤환 대표는 초법적인 소급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대로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대표 연설을 통해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고 있고.
05. 여야 5.18 세대교체 공방 대표 연설.jpg

 

자, 이때까지 보면 여당에서는 5.18 특별법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반대 의견이 명확하다. 반대로 국민회의를 위시한 범야권은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10월 18일 기사까지는 말이지. 5.18 특별법 제정에 있어서 언제나 주도는 야권이 했고, 정부 여당은 반대를 하는 걸림돌 그 자체였다.

그리고 YS가 5.18 특별법 제정하자는 제안이 나온 기사는 11월 25일이다.

한 달 10여일 사이에 상황이 어떻게 흘러 갔길래 저렇게 완강하고 똥고집 부리기로는 둘째라면 서러워 할 YS와 민자당의 입장이 바뀌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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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김윤환의 저 연설 이틀 후인 19일, 국회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아래 사진 보면 기억이 날 사람들 많을 거다.

06. 박계동 노태우 비자금 폭로.jpg

07. 93년 1월 비자금 4천억 시은 40개 계좌 분산 예치.jpg

저 유명한 노태우 비자금 사건 폭로가 터져버린 거다. 사실 이 사안은 박계동 이전에 8월 초에 YS의 측근인 총무처 장관 서석재가 한 번 까발린 사실이기는 하다. 다만 이때에는 정권 차원에서 덮어버리고 서석재는 물러나는 걸로 처리했다.근데 박계동은 위 사진처럼 신한은행 계좌 조회표를 들고 국회에서 흔들어버렸지. (나중에 정형근이 디스켓을 모양을 종이에 복사한 걸로 코미디를 하는 건 여기서 영감을 얻은 거 같기는 하다. ㅋㅋㅋ)


저런 상황이 되니 수사를 안할 맘이 바뀐 건지, 아니면 이건 숨길 수 없다 싶었는지 수사에 들어가고 결국 노태우가 잡혀들어가는 걸로 진행되었다.

이게 5.18 특별법 제정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아, 이왕 노태우 잡아넣은 김에 전두환도 같이 넣고 과거 청산도 깔끔히 하자는 거였나...' 라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겠지. (물론 저 이유도 분명히 한 측면으로 존재한다. 내가 보고자 하는 건 다른 측면이다.)

문제는 이 비자금 사안은 결국 YS의 가장 큰 비밀이자 폭탄인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 지금이야 대통령 선거 자금으로 얘기가 얼마 없다만, 10년 전만 해도 차떼기니 뭐니 하면서 난리가 났던 거 생각해보자. 근데 저 당시 (92년 대선) 대선 자금의 규모는 1조가 넘는 걸로 짐작되고 있다. 미디어 선거도 없이 군중 동원을 하던 시절이니까. (그 5년 전인 87년에 중소기업 공장 노동자이셨던 우리 어머니 하루 일당이 3천원도 안되던 시절인데, 노태우 유세에 가면 1만원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었다.) 그럼 그 엄청난 돈이 어디서 났을까? 노태우의 부정부패한 비자금이 이렇게 밝혀졌는데, 당연히 YS는 노태우의 부정부패한 돈으로 대선을 치렀다라는 생각이 당연히 나겠지.

이후 기사 흐름을 보면 대선 자금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6일 후인 10월 26일 기사를 보자.
08. 여, 노태우씨 사법처리 굳혀.jpg

대선자금 유입이 드러나면 애초에는 사과하고 정면대응하기로 했단다.


09. 민자 대선자금 공개 않기로.jpg

10월 29일 기사를 보면 YS가 일단 수사는 성역없이 캐는 걸로 비자금 정국을 돌파하겠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 민자당은대선 자금을 굳이 먼저 공개하지는 않기로 결정냈다. 그리고 DJ의 20억 수수 고백을 함께 거론하고.



10. 민자 공개불사 입장 일단 제동.jpg

같은 날 3면에 보면, 노태우의 비자금과 92년 대선의 대선자금이 엮일 경우의 파괴력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고, 여당 대표였던 김윤환마저 '그랬을 거다'라는 얘기를 했다고도 나온다.


아래의 링크들은 모두 이후 대선자금과 관련한 기사 흐름이다. DJ 의 20억 수수 고백도 같이 엮여지고, YS 시절 내내 불었던 전가의 보도 '사정' 칼날 역시 만지작 만지작 거리는 흐름도 보인다만,  대부분의 관심은 주로 여권의 대선자금 쪽이다. 같은 민자당, 그리고 여권이라는 측면에서 그랬겠지. (뭐 나만의 해석일 수 있으니 가려볼 필요는 있다.)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03100209101005&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0-31&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13&publishType=00010
대선자금 수사 방침/안 법무 “비자금 조성경위­사용처 철저조사” [동아일보]|1995-10-31|01면 |종합 |뉴스 |199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0100209101015&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01&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14&publishType=00010
노씨 대선자금지원 4백억원 공개검토/민자 [동아일보]|1995-11-01|01면 |종합 |뉴스 |323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0300209101013&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03&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16&publishType=00010
야,대선자금 공개 촉구/국민회의­김 대통령에 공개질의서 보내기로 [동아일보]|1995-11-03|01면 |종합 |뉴스 |758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0400209101012&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04&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17&publishType=00010
대선자금 공개질의서 김 대통령·노씨에 전달/국민회의·민주당 [동아일보]|1995-11-04|01면 |종합 |뉴스 |538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000209101003&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0&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22&publishType=00010
“김대중 총재 수차 돈 받은 의혹”/민자 강 총장 주장 [동아일보]|1995-11-10|01면 |종합 |뉴스 |1007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200209101001&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2&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24&publishType=00010
정치권 「비자금 사정」 조짐/민자 강 총장 김대중씨 은퇴촉구 [동아일보]|1995-11-12|01면 |종합 |뉴스 |1011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400209101011&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4&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25&publishType=00010
노씨 대선자금 밝힐듯/측근 밝혀 [동아일보]|1995-11-14|01면 |종합 |뉴스 |299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500209101005&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5&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26&publishType=00010
“비자금 대선자금유입 수사”/검찰/대출관련 이동호­이형구씨 조사 [동아일보]|1995-11-15|01면 |종합 |뉴스 |805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600209101001&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6&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27&publishType=00010
노 전 대통령 오늘 구속/어제 재소환 철야조사/검찰 [동아일보]|1995-11-16|01면 |종합 |뉴스 |72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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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노전대통령이 재임 중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를 지난 92년 대통령선거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와 김대중 민주당 후보 등 여야후보에게 제공했는지, 또 이와는 별도로 6공당시 여야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 여부 등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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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600209101009&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6&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27&publishType=00010
“대선자금 밝힐것” 스위스공조 요청/이 총리 국회 답변 [동아일보]|1995-11-16|01면 |종합 |뉴스 |261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900209101001&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9&officeId=00020&pageNo=1&printNo=23030&publishType=00010
이원조 김종인씨 금주 소환키로/비자금 대선유입 집중조사 [동아일보]|1995-11-19|01면 |종합 |뉴스 |869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900209103001&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9&officeId=00020&pageNo=3&printNo=23030&publishType=00010
대선자금 추궁 「강도」에 관심/노씨 수감이후 이원조 수사 [동아일보]|1995-11-19|03면 |정치·해설 |해설 |1165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900209103004&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9&officeId=00020&pageNo=3&printNo=23030&publishType=00010
이원조씨 출국금지/야 “철저수사” 여 곤혹 [동아일보]|1995-11-19|03면 |정치·해설 |해설 |1192자


한 마디로 비자금 정국 내내 대선자금 얘기는 늘 같이 따라다녔고, 여당과 대통령은 곤혹스러워했다는 얘기. 결국 6공의 돈 관리 실무자였던 이원조와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라고 기사에 나옵니다.)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관심은 절정에 다다랐다.

11월 19일 기사에는 여권에서 비자금 정국 논의를 하면서 이걸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11. 여권 비자금 정국 논의.jpg

 


다음 날에는 대통령 담화도 검토되고 있다. 사과, 그리고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깨끗해지겠다...라는 식으로 마무리 짓지 않겠냐 하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어쨌거나 YS가 이 비자금 정국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12. 김영삼 대통령 국민담화 검토.jpg

13. 정치권 말 변화, 노태우씨 비자금 어떻게 마무리 하나 결론 고심.jpg

14. 여야 정국 해법 노태우씨 수감 이후 김영삼 대통령 결단 내용, 시기 초점.jpg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게 된 큰 이유 중의 하나가 5달 앞으로 다가온 96년 총선에서 어떤 영향이 미칠까 하는 부분이었지. 11월 23일 기사에는 민자당명 바꾼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11년 가을 ~ 2012년 총선과 닮은 면도 있다.

결국 11월 25일 5.18 특별법 만든다라는 1면 기사가 나온다.
15. 5.18 특별법 만든다.jpg



지금까지 쭉 흐름을 얘기한 건, 5.18 특별법은 비자금과 대선자금 정국의 전환 카드로 꺼낸 성격이 크다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거다. 10월 중순까지 반대했던 5.18 특별법을 한 달 뒤에 제안한 이유로 말이지. 원래 사정 정국이 걷잡을 수 없게 튀면 다른 사정 정국으로 덮는 게 YS 임기 동안 종종 있었다. (비리를 비리로 덮는 전 가카랑 비교하면 안되겠...)

동아일보 분석 기사를 보자.
16. 5.18 특별법 김영삼 대통령 구상 비자금 정국 추월 충격 카드.jpg

25일 당일의 기사를 보면 비자금 정국 수습 카드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순하게 비자금 정국을 전환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라고 하고 있지. 과거 부패한 역사와의 단절, 새로운 출발, 역사 재정립 등의 의미 정도. 이왕 국면 전환을 하되,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카드로 내밀었다는 거지. 이 분석 기사는 의미에 더 가치를 두고 평가한 걸로 보인다.


반대로 다음날 동아일보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면 이렇게 평한 것도 있다.
17. 진로 예측 어려운 정치 태풍.jpg

역사성은 분명 심도하지만, 그 배경은 나의 논지처럼 과거 5.18 특별법 반대하더니만, 지금에 와서 이러는 건 국면전환용 카드다...라는 얘기지. 어제와 오늘이 다른 동아일보라고 하겠지만, 나의 분석이 나만의 분석은 아닌 셈이다.

 

심지어 경향신문에서는 헌재가 성공한 쿠데타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을 거라는 전망으로 미리 선수를 쳤다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18. 쿠데타 세력과 단절 선언 - 헌재 취소 결정 낌새에 선수.jpg

 

김영삼이 선수를 친 것 때문에 헌재가 굉장히 불쾌해 한다는 기사도 동아일보에 나와 있다.

19. 헌재 5.18 특별법 불쾌한 반응.jpg

 

정리하면,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5.18 관련자 처벌을 반대하고 특별법 제정을 반대해왔으나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국면전환용으로 5.18 특별법 제정을 들고 나왔다. 그 결과는 매우 의미있으나 의도와 동기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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