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이면 도둑질이지, 거룩한은 무엇일까. 이 호응관계 안맞는 수식어는 도대체?


거룩한 도둑질

거룩한 도둑질

  • 저자 : 패트릭 J. 기어리
  • 정가 : 18000원 (할인가 : 16200원)
  • 출판사 : 길
  • 출간일 : 2010. 12. 31
  • ISBN : 9788964450260
  • 요약 : 왜 그들은 성인의 유골을 훔쳤고, 그것은 어떤 근거로 정당화되었는가?『거룩한 도둑질』은 중세에 빈번히 일어났던 '성유골 도둑질'을 통해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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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기독교 성인의 유골, 줄여서 성유골을 훔치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것인데, 성유골이 중세 시대에 갖고 있고 상징하던 의미,


성유골이 중세 시대에 차지했던 역할, 그리고 이러한 성유골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발생한 도둑질과, 그걸 포장하기 위한 성유골


이전기(록)에 관한 거라고 보면 될 거 같다.


성유골이 무엇이길래 그걸 훔치는 거였을까. 책에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하는데, 카롤링거 왕조가 쇠약해지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마을과 교회/수도원을 수호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여기 성유골이 있는데 너희들이 쳐들어 오면 안되지.', '성유골이 기적을 발휘할 것이다.')


숭배와 순례의 대상이어서 헌금과 각종 수입을 가져다 주기도 하며, 때로는 위신을 높여주기도 하며, 다른 이득을 떠나 신실한 숭배와


신앙의 대상이기도 했다. 성경도 못읽어본 하층민에게는 까마득한 예수보다는 자기네 동네 근처의 성인이 더 친근하고 가까웠을 터.


우리나라로 치면 부처님 진신사리 정도를 상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듯하다. 부처님 진신사리 봉헌하니까 많이들 와서 참배하고


시주하고 가라는 거 종종 봤으니. 거기에 외적을 쫓아내기를 기원한 팔만대장경의 성격도 좀 더해주시면 비슷할래나.


그런 성유골의 의미에 카롤링거 왕조에서 교회에는 무조건 성유골이 있어야 한다는 칙령까지 내려지니 이 성유골에 대한 수요는


대단히 많았으나, 박해받아 순교한 성인들도 로마 시대로 끝이니 공급(?)이 달릴 수밖에.


그럴 때에 필요한 건 형편이 어려운 교회에서 성유골을 사거나, 아니면 손쉽게 도둑질하기~~~


도둑질해놓고는 이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한 성스러운 기록이랍시고 적당히 창작한 게 성유골 이전기. 해당 성인이 꿈에 나타나서


지금 있는 곳에 못있겠다 (교회가 폐허가 되었다느니, 받드는 게 부족하다느니, 혹은 이교도의 땅 - 로마의 영토였다가 이슬람으로


넘어간 북아프리카 지역) 그러니 날 옮겨달라는 계시가 있었고, 그 계시를 받들어 훔친 것은 정당한 거였다...라는, 뭐 우리가 흔히


보는 치장용 전설 비스무리한 거.


시오노 나나미 할매가 베네치아 공화국의 역사를 갖고 쓴 '바다의 도시 이야기' 앞부분에 보면 성 마르코, 즉 마가복음을 저술한


마가의 유골이 북아프리카에서 이교도의 위협 앞에 놓여있을 때, 용감한 베네치아 상인이 몰래 빼돌려서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삼았다


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얘기 역시 이 책에 나온다. 그 역시 도둑질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기술되어 있다. ㅎ...


여튼...


단순히 말하면 성유골을 둘러싼 중세 기독교의 상황과 사람들의 신앙심에 대한 연구...


근데 이야기가 주가 아니다보니 술술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보니 가볍게 읽히지는 않고, 나름 공부하는 태도로 책을


봐야 하는 애로점이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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