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딩 때 세계사 보면 나오는 단어, 봉건제. 영주들은 왕에게 충성과 군사력을 협력하고 대신에 왕은

영주에게 땅을 하사하거나 혹은 영주의 지배를 인정하는 계약관계... 계약관계...

근데 이게 그냥 머리 속의 지식으로만 있단 말이지. '어, 그래 주종관계인데 계약관계' 이래놓고는 머리 속에

자리잡는 건 조선시대 왕과 신하 관계.

대입시도 훈늉하게 잘 쳤건만 지식은 지식일 뿐. 그것도 체화되지 않은 지식.

이러다 막상 역사책을 읽으면 '어? 얘들은 왜 이래?' 이런 게 꽤 많다.

영주가 왕에게 반기를 들었는데, 왕이랑 제후랑 싸우다가 서로 적당히 타협한다. 조선시대 때에는 칼을

드는 게 아니라 서로 모의만 해도 3대가 멸족인데 쟤들은 왜 가만히 놔둬?라는 생각이 든달까.

그야 말로 언제든지 깰 수 있는 계약관계... 영주가 왕의 밑에 있기는 하지만 그건 서열상일 뿐, 권력이나

영토는 영주가 더 큰 경우도 많고. 왕이 영주에게 깨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왕위까지 내놓는 경우는

한정되어 있고. 이걸 깨닫기 전까지는 얼마나 납득이 안되던지.

생각해보면 중국 춘추시대가 비슷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나라 왕의 존재는 잘 안보이니 결국 그냥

여러 왕들의 싸움처럼, 그러니까 춘추시대도 전국시대처럼 생각해버렸다고나 할까.

(춘추시대에는 그래도 주나라 천자를 인정하고 제후들 자신들을 '공(公)'이라고 칭했는데, 전국시대가 되면

전부들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한다. 물론 초나라는 춘추시대 때에도 왕이라고 했고)

그 다음이... 여자가 결혼에 의한 지참금으로 영토를 갖고 가는 거. 그리고 여자 핏줄을 통해 왕위계승권이

이어지는 거. 이것도 동양과는 다르다.

왜 합스부르크 왕가가 중간에 프랑스는 놔두고 독일-오스트리아 쪽과 스페인을 동시에 지배할 수 있었는지

처음에는 납득이 안갔다. '스페인에 군사끌고 쳐들어가서 먹은 거 아냐? 근데 프랑스 쪽은 왜 가만히 놔두고.

아니, 저렇게 띄엄 띄엄 떨어져 있을 수가 있나?' 알고 보니 저것도 결혼으로 인한 것.

루이 14세는 왜 뜬금없이 손자를 스페인 왕으로 앉히려고 했는지,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왜 자기가 프랑스

왕이라면서 100년 전쟁을 일으켰는지... 이런 거도 교과서에서 읽을 때에는 '그렇구나. 근데 이해가 안되네' 하고

암기만 했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왕에게 (제후/영주도) 딸밖에 없으면 딸의 아들들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거...

(물론 아닌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으니...

결국 '봉건제도는 OO이다...'라는 지식도 실제로 역사를 보면서 예시를 통해 배워야 '아, 이런 개념이구나...'

하는 게 머리에 더 잘 들어온다고나 해야 할까.

여튼 시오노 나나미 아줌마 책보다가 생긴 궁금증 때문에 십자군 전쟁 부근의 유럽 역사를 이리저리 주워듣고 있는데

재미있는 게 많다. 다만 재미있게 정리된 책은 많이 없는 거 같아서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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