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이랑 임청하, 장만옥이 출연하는 '新용문객잔'이라는 영화가 있다. 거기에 보면

나쁜 환관이 엄청난 무공을 자랑하며 주인공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게 보인다.

흔히들 환관/내시라고 하면  남성을 거세당해서 연약하고 여성스런 이미지에 임금에게

붙어서 나쁜 모략이나 꾸미는 이미지로 남아 있는데...

중국에서의 환관은, 궁중의 잡무와 왕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잡비서의 이미지가 강한

조선시대와는 달리, 황제의 친위부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만고의 진리중의 하나는 권력은 총과 칼과 같은 무력에서 나온다. 중국의 황제는,

신하들을 통한 공식적인 루트 외에는 사적으로 무력을 사용하는 친위대하나 없어

언제나 반정의 위험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던 조선의 왕과는 달리, 막강한 직속 군대와

함께 환관이라는 최측근의 무력집단을 통해서 강력한 왕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청나라 강희제가 어린 나이에 등극하면서 불안한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황족을

자신과 함께 수련을 했던 환관을 통해 생포하고 제거해버린 일화에서처럼, 환관은

황제의 직속 무력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도 언제나 무술수련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걸 생각해본다면, '신용문객잔'의 그 환관의 놀라운 무공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많이도 미약한 왕권을 가진 조선의 왕들중 몇몇은 중국처럼 환관을 육성해

신하들을 견제해보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를 거두고 만다. 세종 후기나 문종의 시절에

환관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몇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환관이라는 존재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위기감을 느낀 사대부들의 강력한 견제에 의해 실패하고, 그 부분은 신하들에게

그 왕들의 크나큰 오점으로 치부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한밤중에 신하들이 몰려와

왕의 후사를 자기네들 뜻대로 정하라고 협박당했던 경종과 같은 왕들은, 아마도

그들을 그 자리에서 처단할 수 있을 강한 무력을 지닌 환관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중국의 황제처럼 무도한 (자신의 사병을 가졌던 태종도 비슷할지

모른다) 횡포가 견제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연산군처럼 횡포를 저질러도 결국에는

제거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조선조 후기 강력한 왕권을 얻고자 했던 정조대에 이르러 비로소 장용영이라는

직속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나 그것 역시 정조의 사후 유명무실해지면서 조선의

왕권은 세도정치에 속절없이 휘둘리고 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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