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 로미의 부모님은 나름대로 문화생활도 적절하게 즐기면서 아는 거 많은 인텔리며

중산층급의 사람으로 그려진다.

뭐 예술이나 문화에 대한 조예도 나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로미가 어렸을 적, 어느 밤에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TV에 나왔을 때, 로미의 부모님들은

열심히 시청을 했다지. 그렇지. 교양있는 중산층이 그 정도는 빼놓지 않고 보셔야지.

그런 부모님을 보고 로미가 한 생각은...

이해되지도 않는 작품을 예술이라는 이름에 짓눌려 억지로 이해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허식이 느껴졌대나 뭐래나...



이해되지 않는 거를 체면 같은 허식때문에 용쓰고, 거기에 더 나아가 이해한 척하지 말자.

같잖아 보인다. 정말 이해하고 싶은 거가 아니라 허식때문이라면 말이다.

재미없는데, 알고 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하지 말자. 그거 말고도 쉽게 이해되는 다른 예술도

많다. 현대작가의 난해한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는 고전 미술만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미술에 대해서 교양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클래식 선율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듣는 거나, 아니면 좀 더 깊은 음악을 체험하고 싶다면

몰라도 '척'하기 위해서 억지로 듣지 말자.

거장 감독의 혹은 예술적이라는 영화는 뭐가 다르길래 싶어 보는 게 아니라, '나, 이런

영화도 보는 수준높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으로 잠자러 가는 짓도 하지 말자.

누가 난해한 예술을 이해한다고 말했을 때, 그 예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아니라,

그저 체면이 상하는 것같다는 이유때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이유도 없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배우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중의 하나가 양반들의 허식이 가득한

경기체가와 같은 장르에 대한 낮은 평가와, 그에 대비해 향가, 가사, 시조, 속요의 아름다움과

질박함, 생생함에 대한 높은 평가였다.

수준낮다고 부끄러워할 필요없다. 대중가요만 듣는다고, 액션영화만 좋아한다고,

베스트셀러 책만 좋아하는 것 역시 내가 즐기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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